대학 강사 노동권 사각지대 해소 위한 3대 과제 추진
국무총리 산하 사회대개혁위원회(사개위)가 대학 강사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선다. 사개위는 강의 외적인 노동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방학 중 임금 지급 범위를 넓히는 한편, 퇴직급여와 직장 건강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도록 정부에 권고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는 강사법이 시행된 지 7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노동 조건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다. 사개위는 이와 같은 강사 처우와 관련된 3대 핵심 개선 과제를 공식 의결하여 국무총리실에 전달할 예정이다.
29일 취재를 종합하면 사개위가 추진하는 권고안의 핵심은 대학 강사의 소정근로시간 재산정, 방학 기간 임금 확대, 그리고 직장 건강보험 보장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사개위는 정부와 정당,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여 우리 사회의 주요 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국무총리 소속의 자문기구다.
소정근로시간 재산정 및 방학 임금 지급 확대
사개위는 우선 강의 시간의 3배를 소정근로시간 산정의 기준으로 삼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이는 강의 준비부터 시험 출제와 채점, 학생 지도에 이르는 강의 외 업무를 근로시간에 포함시키려는 취지다. 이미 2024년 7월 대법원은 강의 시간의 3배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우선 적용할 수 있는 '일응의 기준'으로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사개위가 조사한 55개 대학의 임용계약서를 살펴보면, 소정근로시간을 명확히 밝히지 않거나 강의 외 노동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 발견되었다.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하는 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포함된다. 현행 강사법은 방학 중 임금 지급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지급 수준은 각 대학의 임용계약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대학 강사들은 보통 한 학기 15주의 강의에 방학 중 2주분을 더한, 연간 34주분의 임금을 받는 구조다. 사개위는 강의계획서 작성부터 성적 처리 완료 시점까지를 업무 기간으로 간주하여, 연간 임금 지급 기간을 약 46주분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와 재정 지원 과제
퇴직급여와 직장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 확대도 주요 과제다. 현행법상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경우 퇴직급여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월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시간제 교직원 등은 직장 건강보험 가입 대상에서도 빠진다. 사개위는 강사만을 위한 가입 특례를 신설하거나, 여러 대학에서 근무하는 강사의 근로시간을 합산하고 각 대학이 보험료를 나누어 분담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
사개위의 사회·교육·인권분과 위원인 강대중 서울대 교수는 이러한 개선 방향을 공식 의결해 정부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입법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어서, 실제 제도화를 위해서는 관련 법령 정비와 부처 간 협의, 그리고 재원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강사노조 측은 사개위의 방향성에 동의하면서도 실질적인 혜택이 모든 강사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상룡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주당 강의 시수가 5시간 미만인 강사는 근로시간을 3배로 계산해도 퇴직급여 기준인 주 15시간에 못 미친다며, 모든 강사의 사회보험과 퇴직급여를 보장할 별도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 측의 재정적 부담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강낙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장은 강사의 근로시간 인정 범위가 넓어지면 인건비 부담이 커져 학생 교육에 쓸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며, 정부의 획기적인 재정 지원 없이는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과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컬대학 등 대규모 정부 지원 사업에 강사 처우 개선 기준을 포함해 사립대의 이행을 이끌어내는 방안이 거론된다. 비정규교수노조 등은 처우 개선이 강사 채용 축소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대학별 강사 강의 시수를 점검하고 이를 재정 지원과 연계하는 등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부는 현재 강사 임용 및 운영 매뉴얼 개정을 위해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며, 가능한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강사법 시행 이후의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으며, 강의 시간의 3배를 소정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방안 등을 논의 대상에 포함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