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의 ‘조치 없음’ 처분, 법원에서 뒤집혔다
한 고등학생이 친구의 정강이를 발로 찬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교육 당국의 결정을 법원이 뒤집었다. 부산지법 제1-1행정부(재판장 천종호)는 고등학생 A군이 부산 동래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조치없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인 A군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29일 법조계가 전했다.
축구 대화가 부른 폭행과 교육청의 판단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3월 학교 내에서 발생한 갈등이었다. A군과 B군은 축구 실력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던 중 마찰을 빚었는데, B군은 A군이 자신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그를 화장실로 불러내 사과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B군은 A군에게 욕설을 퍼부었으며, A군의 정강이를 2~3차례 걷어차는 폭행을 가했다.
A군은 중학교 시절부터 B군으로부터 지속적인 협박과 욕설, 금전 요구 등을 받아왔다고 주장하며, 이번 사건을 포함해 총 9건의 사안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동래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해당 사안들이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의결했다.
“남학생들 사이 일상적 수준” vs “합리적 재량권 남용”
당시 학폭위는 정강이를 걷어찬 행위에 대해, 폭행의 횟수와 수위, 사건 전후의 정황 등을 종합할 때 해당 연령대 남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갈등 수준이라고 결론지었다. A군은 이러한 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었고, 결국 법적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A군이 제기한 나머지 8건의 사건에 대해서는 교육 당국의 판단을 존중했으나, 정강이 폭행 사건만큼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 과정에서 당시 상황을 목격한 학생들은 B군이 A군을 일방적으로 폭행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놓았다.
재판부는 A군이 B군에 대해 뒷담화를 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것이 화장실로 불려 가 신체적 폭행을 당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사건을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본 교육 당국의 판단은 합리적인 재량권 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