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모듈화와 현지 파트너십으로 글로벌 판도 바꾼다

한컴이 지난 36년 동안 풀지 못했던 숙제인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해 근본적인 개발 방식과 사업 추진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기존에 보유했던 문서 기술을 모듈 단위로 분리해 인공지능(AI) 서비스에 녹여내고, 현지의 전문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시장 진입 속도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워크포스 플랫폼인 '노마디안'의 경우, 국내 출시를 먼저 거친 뒤 해외로 나가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선제 출시할 방침이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29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한컴타워에서 개최된 '노마디안 데이' 질의응답 세션에서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클라우드와 오픈소스의 확산에 따른 시장 환경의 변화를 언급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창립 이후 수십 년간 해외 사업 성장이 더뎠던 한컴이 과연 수년 내에 해외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이를 뒷받침할 조직적 역량이 준비되었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환경의 변화"라고 답변하며, 과거에 달성하지 못했던 목표를 지금 추진할 수 있는 근거로 시장 환경의 변모를 꼽았다.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배포 환경이 클라우드와 오픈소스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한컴에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는 분석이다.

개발 패러다임 전환과 노마디안의 차별화된 경쟁력

변화의 핵심은 개발 방식의 전환에 있다. 과거에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맞춰 패키지 소프트웨어에 기능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2~3년 주기의 제품 출시를 반복했다. 그러나 현재는 기존 기술을 모듈화하여 다양한 솔루션 형태로 활용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러한 과정이 기존 인력을 교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숙련된 내부 인력들이 재사용 가능한 기술을 추출하고 이를 오픈소스 프로젝트나 솔루션으로 발전시키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년간의 기술 고도화 과정을 통해 직원들과 새로운 사업 가능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새롭게 선보이는 노마디안은 이러한 기술적 자산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1인 기업가나 소기업 경영자가 직무별 에이전트를 팀 형태로 구성해 업무를 위임할 수 있는 플랫폼인 노마디안은, 사용자가 자동 처리 업무와 승인 필요 업무를 구분해 설정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특히 한컴이 축적한 문서 처리 기술을 활용한 '도큐먼트 솔루션 에이전트'가 핵심 차별점이다. 보안과 가드레일, 운영 관리와 같은 기본 기능을 넘어, 문서 기술을 통한 결과물 생성 능력이 한컴만의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해외 중심 조직 운영과 미국 시장 선제 진입 로드맵

해외 사업 추진 방식 또한 효율성을 높인다. 특정 지역에 인력을 대거 투입하기보다 기능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현지 전문 파트너를 통해 운영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북미와 유럽의 기존 네트워크 및 파트너사를 통해 필요한 인력을 추천받아 사업에 필요한 역할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비주얼피즈와 같은 파트너와는 초기 고객 선정부터 가격 책정까지 시장 진입 전략을 공동 수립하고 있다. 투자 유치와 관련해서는 11월 미국 방문 시 합작법인(JV) 설립 등 유리한 구조에 대해 현지 조언을 구할 예정이지만, 현재 노마디안의 별도 법인 분리를 서두르지는 않고 있다.

노마디안을 미국에 먼저 출시하는 이유는 제품 설계의 출발점 자체를 글로벌 기준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 맞춘 제품을 나중에 해외로 가져가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하에, 처음부터 글로벌 관점에서 설계를 진행했다. 다만 미국 우선 출시가 국내 시장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년 3월 글로벌 정식 출시 때 한국 시장을 포함해 국내 이용자들도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2028년까지 노마디안의 글로벌 유료 고객을 50만 명으로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월 표준 요금은 40달러 선을 검토 중이며, 내년 실제 운영 원가와 토큰 사용량을 분석해 가격 체계를 조정할 예정이다. 또한 2030년까지 전체 매출의 절반을 해외에서 창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노마디안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 투자로 글로벌 실적을 높여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