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독주에 가려진 경제 불균형의 그림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분야에서 전례 없는 실적을 경신하며 기록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반도체에 지나치게 편중된 국내 경제 구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수출에 치우친 현 구조를 개편하고, 현재의 호황이 내수 활성화와 고용 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산업 기반을 다변화하며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29일, 지금의 성과에 축배를 들기보다는 반도체 호황이 매년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현재의 실적 개선이 물량의 양적 확대보다는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향후 수요가 조정되거나 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회귀할 경우, 기업 실적에 가해질 타격이 매우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국 기업들이 메모리 공급을 확대하는 상황도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600억 달러 돌파와 높은 의존도
산업통상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62.8% 급증한 603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600억 달러 선을 넘어섰다. 그러나 전체 수출 증가분 중 무려 74%가 반도체 한 품목에서 발생할 정도로 의존도가 극심한 상태다. 이처럼 반도체에 의존적인 구조에서는 향후 수요 둔화가 나타나거나 제품 가격이 하락할 경우, 국가 경제 전반이 입게 될 충격의 깊이가 예상보다 깊고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 다변화와 고용 기반 강화의 시급성
단순히 반도체 호황의 낙수효과를 기다리기보다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인 산업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제언도 잇따르고 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에만 자원을 집중하는 것도 문제지만, 다른 주력 산업에 대한 대책이 부재하다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허 교수는 건설, 석유화학, 철강 등 기존 주력 산업의 침체가 곧 고용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국내에서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설계하고, 산업 전반의 고용 기반을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