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위협하는 숙련된 노동의 가치

최근 들어 오랜 시간 정성을 쏟아온 학업이나 사업조차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AI가 보여주는 기술적 성취는 경이롭지만, 그 놀라움의 이면에는 미래에 대한 깊은 불안감이 공존한다. 현재 수행 중인 업무가 내년에도 유효할지, 지금 익히는 기술이 수년 뒤에도 쓰임새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받는다'는 기존의 믿음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불확실한 앞날을 통제하고 예측하려 애쓰지만, 실패에 대한 공포는 오히려 시작을 주저하게 만든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대중은 막연한 불안감과 억울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무너진 영화 제작 계획과 위태로운 창작 환경

이러한 위기는 개인의 경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필자는 지난해 5년 동안 공들여 준비해온 영화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고통을 겪었다. 출연진 구성을 마치고 공적 지원금까지 확보한 상태였으나, 업계 전반의 침체로 인해 투자가 최종적으로 결렬된 것이다. 현재는 운 좋게 드라마 집필 제안을 받아 대본 작업에 매진하고 있지만, 제작비를 마련해야 하는 드라마 제작 환경 역시 영화 못지않게 척박하다. OTT 서비스의 확산과 극장 관람료 상승으로 인해 관객들은 선별적인 소비를 지향하며, 방송사 또한 광고 수익 감소와 제작비 상승이라는 이중고 속에 드라마 편성 자체를 줄이는 추세다. 여기에 AI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며, 창작자가 다시 촬영 현장에 설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이 깊어지고 있다. 언젠가 다시 영화를 만들겠다는 확신은 견고했으나, 그 믿음조차 현재의 위기 앞에 시험대에 올랐다.

불확실성을 돌파하는 재능, '감탄하는 능력'

시나리오나 드라마 대본은 영상물로 실현되지 못하면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어렵다. 지금 집필 중인 원고 또한 세상에 나오지 못한 채 사장될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필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이것이 가장 오랜 시간 공들여온 삶의 방식이자 여전히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견뎌내는 능력이 재능만큼이나 필수적이다. 정답이 보이지 않더라도 결단을 내리고, 실패의 가능성을 인지하면서도 재도전하는 힘이 필요하다. 한 평론가가 언급한 '하루는 성실하게, 인생은 되는 대로'라는 태도가 그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일상의 사소한 발견이 주는 단단한 용기

필자는 삶을 견디는 지혜를 할머니의 모습에서 찾는다. 거센 물살을 억지로 거스르기보다 흐름에 몸을 맡기고, 물살이 잦아들 때 비로소 물고기의 반짝임이나 구름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숨을 고르던 할머니의 태도처럼 말이다. 내일을 확신할 수 없는 지금, 필자는 일상의 아주 작은 부분에 몰입하여 감탄하는 것을 그 지혜로 삼는다. 불확실성을 버텨내는 힘은 주변을 유심히 관찰하며 얻는 감탄의 능력과 비례하며, 이는 매일 마주하는 사소한 것들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데서 기인한다.

그렇기에 필자는 대본 마감 압박이나 신체적 통증이 있는 날에도 하루 한 번은 반드시 집 앞 공원을 찾는다. 매일 조금씩 변하는 공원의 풍경, 예를 들어 새로 나타난 길고양이나 날로 짙어지는 은행잎의 색깔을 관찰한다. 겉보기에 평범한 풍경도 매일이 다르며, 아이들의 웃음소리 같은 작은 기쁨을 발견할 때 불안은 잦아들고 다시 나아갈 용기가 생긴다. AI의 등장이 내일을 불안하게 할지라도, 눈앞의 존재에 집중하며 얻는 감탄은 오늘을 살아갈 힘을 준다. 그렇게 부지런히 감탄하며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마음은 더욱 단단해지며, 공원의 나무들처럼 각자의 속도로 물들어간다.

결론

결국 불확실한 미래를 견디는 힘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매일 마주하는 세계에 대한 깊은 관심과 감탄에서 비롯된다. AI가 주는 경이로움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한다면, 일상의 사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감탄의 능력은 현재를 기꺼이 살아가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