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후 50개월간 13개 암 발생 추이 분석
국내 약 3,600만 명의 건강보험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암 발생 추세에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도출되었다. 정재훈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29일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 브리핑을 통해 이와 관련된 두 편의 논문을 공개하며, 현시점의 근거로는 백신이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결론지을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정 교수가 국제학술지 '바이오마커 리서치'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1955년부터 2004년 사이 출생한 36,024,394명의 데이터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접종 기록과 연계하여 분석했다. 1차 접종률이 50%를 상회한 2021년 8월을 기점으로 향후 50개월 동안의 암 발생 양상을 관찰한 결과, 조사 대상인 13개 암종 모두에서 발생 빈도나 증가 추세가 과거 10여 년간의 흐름과 비교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일부 암종에서 발생 수치가 일시적으로 상승했다가 다시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연구팀은 이를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 따른 진단 건수의 증가로 해석했다. 또한 정 교수팀은 대한의학회지에 발표한 또 다른 연구를 통해 바이러스 전달체 방식과 mRNA 방식의 백신 간 암 발병률 차이 역시 관찰되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기존 연구의 오류 지적과 과학적 한계 극복
이번 연구는 지난해 9월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팀이 발표했던 '백신 접종자가 미접종자보다 1년 이내 암 진단 위험이 높다'는 내용의 서신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해당 연구는 접종자와 미접종자 간의 특성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고, 암의 긴 잠복기를 간과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이러한 과학적 한계가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에서 대중의 오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 교수는 선행 연구에서 나타난 상관관계가 연구 설계상의 오류나 관찰 과정의 편견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암은 잠복기가 매우 길기 때문에 1년 전의 연구 결과가 가진 과학적 근거는 부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이번 연구 역시 위험 증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며, 향후를 위한 장기적인 모니터링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 현장의 불안 해소와 백신 기전의 안전성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백신과 암의 연관성 논란이 확산되면서 고령층과 기저질환자들이 접종을 거부하거나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등 현장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엄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접종을 망설이는 이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매우 유용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외에서도 백신이 암을 유발한다는 우려가 간헐적으로 제기되지만, 이는 고령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암 발생 증가를 반영하지 못한 역학적 오류인 경우가 많다. 엄 교수는 백신이 세포질 내에서 작동하고 수일 내에 분해되는 기전을 고려할 때, 세포핵에 영향을 주어 암을 유발할 논리적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일부 연구에서는 백신이 면역계에 긍정적 영향을 주어 암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