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아니어도 살 길은 많다” 포기하는 청년들

중국어를 전공한 이아무개(27)씨는 지난 5월 두 번째 계약직 직장에 자리를 잡았다. 어학연수 경험과 대기업 인턴십, 해외 교환학생 이력을 모두 갖추고 여러 대기업의 채용 공고에 도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소득이 없는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것에 한계를 느낀 이씨는 현재 해외 영업 관련 계약직 업무와 영어 과외를 병행하고 있다. 이씨는 커리어를 이어가기 위해 계약직을 택했고, 생계를 위해서는 과외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기업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살아갈 방법은 많다는 생각에 이제는 해탈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소득 이동성 하락세 지속…계층 이동 사다리 약화 우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을 기준으로 전년보다 더 높은 소득 계층으로 올라간 인구는 100명 중 17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직과 취업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15세에서 39세 사이의 청년층 소득 상향 이동 비율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 산업의 호황 등으로 국가 경제 규모가 커지고 경제 성장률이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고소득의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계층 이동을 돕는 사다리가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가 29일 발표한 ‘2024년 소득이동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소득 이동성은 전년보다 1.1%포인트 하락한 33.0%로 나타났다. 소득 이동성이란 근로 및 사업소득을 가진 사람 중 소득 분위가 위아래 단계로 변화한 비율을 의미한다. 통계 결과 소득 상위로 이동하는 상향 이동은 전년 대비 0.4%포인트 감소한 16.9%였으며, 하향 이동 역시 0.7%포인트 줄어든 16.1%를 기록했다. 소득 이동률은 2020년 코로나19 시기에 잠시 반등했을 때를 제외하면, 통계 공표가 시작된 2018년 이후 매년 하락하는 추세다. 최바울 국가데이터연구원 정책통계연구실장은 고령화로 인해 소득 이동성이 낮은 65세 이상 고령층이 분석 대상에 더 많이 포함되면서 전반적인 이동성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청년층 10%는 8년째 최하위 소득층에 머물러

상대적으로 소득 변화가 활발한 청년층의 상향 이동 비율은 22.4%로,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취업과 이직이 활발한 연령대 특성상 소득 분위가 상승할 기회가 많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2022년 9월 이후 청년 고용률이 하락하고 안정적인 일자리에 취업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이동성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인 일자리 사업 등의 영향으로 65세 이상 고령층의 상향 이동 비율은 2023년 9.9%에서 2024년 10.0%로 소폭 늘어났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에서의 탈출률도 악화되었다. 2023년 1분위에 속했던 사람 중 29.3%만이 다음 해에 상위 계층으로 이동했는데, 이는 전년의 29.9%보다 낮은 수치다. 2024년 소득 5분위에 진입한 비율 또한 전년 대비 0.1%포인트 감소한 3.4%에 그쳤다. 2017년 1분위에 있던 사람 4명 중 1명(24.9%)은 8년이 지난 2024년에도 여전히 1분위에 머물러 있었으며, 같은 기간 소득 5분위를 유지한 사람은 절반이 넘는 56.0%였다. 특히 8년 동안 1분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청년도 10명 중 1명(9.8%)꼴로 나타났다. 최 실장은 청년층의 약 10%가 8년 동안 소득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현상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