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없는 노동자에게 강요된 위험한 지시

제주 지역의 한 축사에서 지게차에 깔려 사망한 40대 노동자 ㄱ씨가 사실상 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회사의 운전 지시를 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ㄱ씨의 유족들은 이번 사고가 억울한 죽음으로 남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를 진행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함께 29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ㄱ씨의 유족들은 사고의 진상 규명과 함께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ㄱ씨는 지난 23일 오전 11시 48분경 제주시 구좌읍 소재의 축사에서 지게차에 깔린 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바 있다.

사고 당시 ㄱ씨는 5t 화물차를 직접 운전해 건초와 사료, 그리고 2.9t 무게의 지게차가 실린 상태로 축사에 홀로 도착했다. 이후 사료를 옮기기 위해 화물차에 실려 있던 지게차를 경사로를 통해 내리던 과정에서 지게차가 옆으로 전도되며 사고가 발생했다.

법적 자격 미달 상태에서의 작업 강요 의혹

현재 경찰은 ㄱ씨가 지게차 조종을 위한 적법한 자격을 갖추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행법상 3t 미만의 지게차를 운용하려면 제1종 운전면허 이상의 소지자가 지정 교육기관에서 12시간의 교육을 이수한 뒤 수료증을 관할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장을 잃은 유족들은 기자회견 도중 오열을 금치 못했다. 아내와 세 명의 자녀를 둔 ㄱ씨의 형은 "동생은 화물운송업 경력을 활용해 취업한 것이지 지게차 운전직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는 입사 면접 당시에도 면허가 없음을 명확히 밝혔으나, 회사 측은 지난해 8월 입사 시점부터 약 1년 넘게 지게차 업무를 지속적으로 지시해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형은 성실했던 동생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부당하고 위험한 지시를 마지못해 따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고 당일 제주에는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 매뉴얼이 준수되지 않은 채 외진 곳에서 홀로 작업을 수행하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반복되는 산업재해, 실효성 있는 대책 요구

남편을 잃은 아내 역시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며 "평소에도 남편이 작업 방식에 대해 불안함을 자주 내비쳤다"고 증언했다. 그녀는 남편의 죽음이 억울한 일이 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보고 화물운송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러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19일에도 제주시 애월읍 하귀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지게차를 운전하던 26세 계약직 노동자 김영균 씨가 비에 젖은 경사로를 오르다 지게차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지난 하나로마트 사고 이후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던 제주도와 노동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비판했다. 이들은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