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물들의 상장 랠리와 사회 인프라의 가치

최근 기술 및 금융권의 이목이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 추진에 쏠리고 있다. 인공지능 모델인 클로드를 개발한 앤트로픽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지 언론은 앤트로픽이 나스닥에 입성할 경우 약 1,000억 달러(한화 약 134조 원)의 자금을 확보하며, 기업 가치는 2조 달러(약 2,68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 6월 스페이스엑스가 나스닥 상장을 통해 860억 달러(약 115조 원)를 조달하며 1조 7,700억 달러(약 2,370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던 사례와 맥을 같이 한다. 챗지피티의 산실인 오픈에이아이 역시 이와 유사한 기록을 세울 준비를 마친 상태다.

다리오 아모데이(앤트로픽), 일론 머스크(스페이스엑스), 샘 올트먼(오픈에이아이)과 같은 창업자들은 천재성과 성실함을 겸비해 '울트라 슈퍼 리치'로 성장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을 사회적 인프라의 산물이라는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이들이 내전이 지속되는 아프리카 국가에서 활동했다면 동일한 성취가 가능했을까. 국방을 통한 안전 보장, 치안 유지, 안정적인 통신과 금융망, 효율적인 교통 체계, 그리고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은 개인이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 없는 공공의 자산이다. 이러한 사회적 기반 위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다면, 공공 재정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누진세의 핵심 철학이다.

고장 난 미국의 누진세와 정치적 왜곡

이매뉴얼 사에즈 등이 집필한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누진세제는 기능이 상실된 상태다. 상위 400가구의 평균 실효세율이 일반인보다 낮은, 사실상 역진세가 지배하는 구조로 변질되었다. 노동 소득과 소비에는 엄격한 세금이 부과되는 반면, 배당이나 자본 이득, 그리고 법률 및 세무 서비스에는 낮은 세율이나 면세 혜택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이 자신의 비서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고 토로했을 만큼 이 문제는 심각하다. 사에즈 등은 초부유층이 정치권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하도록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세제 왜곡의 결과로, 재분배가 활발했던 1940~1970년대와 달리 1980년대 이후 미국은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의 경제적 불평등을 겪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소외된 노동계층이 도널드 트럼프를 두 차례 대통령으로 선출하며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했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저소득층의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미국인의 기대수명이 OECD 평균보다 약 3년이나 짧아지는 비극을 맞이했다.

프랑스의 사례와 한국 사회에 던지는 경고

탄탄한 복지와 누진세를 유지하던 프랑스 역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변화를 겪었다. 2017년 금융자산에 대한 부유세를 폐지하는 등 부자 감세 정책을 펼치면서 재정 적자가 심화되었고, 이는 교육과 복지 예산의 축소로 이어졌다. 실제로 2026년까지 고등교육 분야의 1인당 실질 교육비는 20%가량 삭감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낙후 지역의 학교들은 폭염 속에서도 냉방 장치 없이 운영되며, 교사 부족으로 인한 수업 결손 문제까지 겪고 있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프랑스의 민간 부가 GDP의 600%에 달할 정도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가 극소수의 금융 자산가에게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부의 재분배를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유럽의 시위와 미국의 '노 킹스' 행진은 한국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성장률을 견인하고 있지만, 그 온기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노동자들에게 닿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을 위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 혜택을 집중하면서도, 주 52시간 근로 상한의 예외를 검토하는 등 노동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논의 중이다.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고액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력을 높여야 함에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포기나 가상자산 과세 유예와 같은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때, 프랑스 파리나 미국의 러스트벨트에서 나타난 사회적 분노와 절망이 한국에서도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