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진 12인이 증명한 GV90의 양산 기술력
인천 영종도의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제네시스의 차세대 대형 전동화 SUV인 'GV90'의 핵심 기술과 그간의 개발 여정을 심도 있게 다루는 'GV90 테크 데이'가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는 지난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GV90이 실제 양산 단계에 이르기까지 어떤 기술적 진보를 거쳤는지 개발 실무진이 직접 설명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이날 현장에서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개발을 담당하는 부서와 연구개발 및 제조 부문을 이끄는 12명의 실무 책임자들이 연사로 나서 각자의 전문 영역을 발표했다. 이들은 설계 단계부터 첨단 공법 적용, 그리고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쳐 독자적인 기술을 완성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부품 단위로 세밀하게 공개했다. 특히 허광훈 제네시스개발담당 상무는 엔지니어링의 모든 과정에서 디자인과 공간 활용성, 감성 품질은 물론 안전이라는 고객 중심의 핵심 가치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개발을 진행했음을 강조했다.
B필러 제거한 혁신적 구조와 14톤 견디는 안전성
제네시스는 GV90 네오룬 모델에서 B필러를 없애면서도 도어가 독립적으로 열리고 닫히는 '네오룬 아치 게이트'를 구현하기 위해 차체 구조와 도어 힌지, 래치 등을 완전히 새로 설계하는 결단을 내렸다. 뒷도어가 바깥쪽으로 슬라이딩한 뒤 회전하는 방식인 '듀얼 모션 힌지'를 채택함으로써, 승객석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고도 자유로운 개폐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남진우 제네시스클로저설계팀 파트장은 이러한 스윙과 슬라이딩 기능을 고도화하기 위해 자동차 산업 외부의 기구학적 메커니즘을 찾아 적용했다고 밝혔다. 특히 산업용 로봇에 쓰이는 '리니어 모션 가이드'를 힌지에 접목해 70kg 무게의 뒷도어가 부드럽게 고정되도록 했다.
B필러가 사라진 빈자리는 도어 상단과 하단에 장착된 래치와 이를 동시에 제어하는 '멀티 릴리즈 컨트롤러', 그리고 '듀얼 신칭 소프트 클로징' 기술로 보완했다. 또한 도어 하단 가니시 부분에는 레이더 전파가 투과되는 '크롬 크랙' 기법을 사용해, 외관의 미학을 유지하면서도 장애물 감지 기능을 완벽히 수행하도록 했다. 차체의 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눈에 띈다. 개구부 둘레를 '히든 롤케이지' 구조로 결합하고, A필러부터 루프까지 2.5m 길이의 고강도 스틸 튜브와 구조용 폼을 채워 넣었다. 도어 내부에는 초고강도 듀얼 스틸 빔을 설치해 폐쇄 시 루프와 측면에서 가해지는 하중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킨다. 그 결과 천장 강도 시험에서 14톤(tf) 이상의 하중을 버텨냈으며, 시속 60km의 측면 충돌 시험에서도 320mm 이상의 생존 공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정밀한 외관 디테일과 천연 소재의 조화
외관 디자인에서는 부품 간의 이음새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윙 페이스 MLA 헤드램프'의 경우, 램프 표면에 차체 색상을 입힌 뒤 광원 부위만 레이저로 정교하게 깎아내는 '컷리스' 공법을 사용했다. 이를 위해 전용 도료를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16가지 외장 색상에 맞춰 레이저 출력을 개별적으로 제어함으로써 균일한 품질을 구현했다. 렌즈와 하우징을 분리형으로 제작해 정비성까지 고려한 점도 특징이다. 울산 EV 전용 공장의 AI 비전 검사 설비와 자동화 도장 라인을 통해 부품 간 색상 차이를 줄였으며, 각도별 색감 변화를 위해 컬러당 48회의 조정을 거쳤고 투톤 모델에는 3회 도장 공법을 적용해 단차를 극복했다.
실내 인테리어는 리얼 우드, 리얼 스톤, 울 캐시미어 등 고급스러운 천연 소재를 대거 도입했다. 특히 입체적으로 직조된 울 캐시미어의 마찰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200여 종의 샘플을 대조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 남택성 제네시스CMF팀 팀장은 가혹한 일상 환경을 모사한 실험을 통해 천연 소재의 아름다움과 플래그십의 내구성을 동시에 잡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재의 결을 통일감 있게 배치하기 위해 '마스터 북'이라는 실물 견본집을 제작해 생산 라인의 표준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eMP 플랫폼 기반의 공간 최적화와 충돌 안전
GV90은 전용 전동화 플랫폼인 'eMP(Electric Mobility Prime)'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공간 효율을 극대화했다. 전후방 부품을 유기적으로 재배치한 '심리스 풀 플랫 플로어'를 통해 1열과 2열 바닥이 평평하게 이어지며, 통합 충전 제어 장치(ICCU)와 공조 장치를 전방 PE룸으로 옮기고 2열 시트 레일은 바닥 아래로 숨겼다. 후방에는 모터와 서스펜션, 후륜 조향 장치를 입체적으로 배치하는 '3차원 PE 모듈 구조'를 적용해 탑승객 공간을 넓혔다. 차체 구조의 72%에는 알루미늄 경량 소재를 썼으며, '할로우 캐스팅' 공법으로 결합부 강성을 높였다. 충돌 시에는 '슬라이드 어웨이' 설계를 통해 충격 에너지를 측면으로 유도하고, 고속 충돌 시 PE 시스템이 배터리 하단으로 미끄러져 내려가 승객석과 배터리를 동시에 보호한다. 박지웅 바디아키텍처개발팀 팀장은 무거운 전기차 특성에도 불구하고 정밀한 동역학적 거동을 통해 탑승객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구조를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전복 사고에 대비한 '루프 에어백'도 눈길을 끈다. 사고 발생 시 0.08초 만에 1400mm 길이로 펼쳐져 승객의 이탈과 머리 부상을 막아준다. 손유지 승객안전시스템설계팀 책임연구원은 스마트 비전 루프 적용 시에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180도 이상 회전하는 자체 전복 시험을 도입하고 40대의 실차 평가를 완료했다.
정숙성과 민첩한 주행 성능의 완성
주행 성능 면에서는 대형 SUV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다스리는 데 주력했다. 안티 리프트 성능을 기존보다 19.5% 높인 서스펜션 지오메트리와 리바운드 강도를 30% 강화한 쇽업소버를 조합했다. 여기에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 고성능 모노튜브 타입 듀얼 밸브 전자제어 쇽업소버, 그리고 '듀얼 e-LSD'를 더해 선회 안정성을 높였다. 정성기 제네시스시험1실 실장은 이러한 튜닝을 통해 초대형 SUV임에도 민첩하고 안정적인 거동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소음 차단 기술도 대거 적용되었다. 전기모터 소음을 줄이기 위해 구동축을 분리형으로 가공하고, 모터 역위상 전류 제어 소프트웨어를 통해 진동과 소음을 최대 40%까지 낮췄다. 창문에는 두꺼운 차음 필름을, 차체 틈새에는 상온 발포 공법을 적용해 차폐력을 높였다. 독일 아우토반 등에서의 고속 주행 시험을 거쳐 풍절음을 목표치보다 2dB 더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한편 현장에는 약 1060㎡ 규모의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차체 골격(BIW)과 eMP 플랫폼, 사운드 체험 부스 등을 공개했으며, 안세진 제네시스프로젝트2실 상무를 포함한 30여 명의 연구원이 기술 원리를 직접 안내하며 기술적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