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미술의 조연에서 주인공으로

양 갈래로 묶어 올린 머리와 통통한 볼, 그리고 해맑은 표정까지. 그동안 불상이나 불화의 주변부에서 부처와 보살을 수호하던 동자들이 이번 전시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랐다. 허리에 크로스백을 메고 있는 듯한 모습의 동자상부터 왕실의 발원으로 탄생한 선재동자상에 이르기까지, 작은 신체에 깃든 다채로운 서사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서울 종로구 소재 불교중앙박물관은 28일 기획전 ‘동자동행, 작은 몸에 담긴 세계’를 개막했다. 오는 2027년 2월 2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전국 주요 사찰에서 전해 내려온 성보 93점(47건)을 선보이며, 동자를 주제로 한 전시 중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보물 6건과 유형문화유산 16건을 포함해 조각, 회화, 공예를 아우르는 폭넓은 작품군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조와 조화가 빚어낸 불교미술의 정수

전시장 입구에서는 1882년 제작된 부산 범어사의 백의관음보살도가 관람객의 시선을 붙든다. 상상의 산인 보타락가산에 앉아 있는 관음보살의 양옆으로는 용왕과 용녀, 그리고 선재동자가 배치되어 있다. 특히 가르침을 구하고자 두 손을 모아 합장한 선재동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앞에는 1701년 제작된 서울 흥천사의 목조해상용왕상과 목조남순동자상이 나란히 전시되어, 두 손을 높이 든 남순동자와 합장한 자세의 해상용왕이 이루는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보살을 중심으로 이들을 배치하는 방식은 한국 불교미술 특유의 독특한 구성을 반영한다.

1706년 조성된 경기 안성 칠장사의 목조동자상 7점은 동자들의 개성 넘치는 차림새를 보여준다. 붓과 벼루, 혹은 연꽃을 손에 든 모습부터 표범이나 새와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까지, 이들의 머리 모양과 복장은 저마다 다르다. 특히 오늘날의 크로스백을 연상시키는 가방을 허리에 찬 동자의 모습은 눈길을 끈다. 이러한 디테일은 종교적 상징을 넘어 당시의 생활상과 조각을 수행한 스님들의 예술적 개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생동하는 눈빛과 해학적 몸짓

이번 전시의 핵심은 강원 평창 상원사의 목조선재동자상이다. 1466년 조선 세조의 차녀인 의숙공주의 발원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바위 형태의 대좌 위에서 문수보살을 향해 허리를 굽히고 두 손을 모은 채 응시하는 동자의 생생한 눈빛이 압권이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역동적인 자세와 자연스러운 옷자락의 흐름은 조형적 완성도를 높인다. 서봉 불교중앙박물관장은 이 작품을 “고려 후기 불화 속 선재동자의 형상을 완벽히 재현한 최고의 걸작”이라 평하며, 관람객이 동자와 눈을 맞추며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동자들의 역할은 성스러운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1745년 제작된 서울 봉은사 영산전의 목조대좌 아래에는 허리를 굽힌 동자들의 모습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서울 진관사의 십육나한도에서는 약을 달이거나 나한에게 공양을 올리는 모습, 혹은 거북이를 괴롭히거나 하품을 하는 등 해학적인 동자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1744년 경남 고성 옥천사 시왕도 속 동자들은 망자의 선악을 기록하고 업의 무게를 측정하며 시왕을 보좌하는 엄숙한 임무를 수행한다.

구도의 마음을 향한 여정

이번 기획전은 주변부의 존재였던 동자를 전면에 내세워 불교미술의 확장된 세계관과 그들이 상징하는 구도의 정신을 고찰한다. 서봉 관장은 “설산동자나 선재동자처럼 동자는 불교가 추구하는 순수하고 숭고한 실천의 표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11월 9일부터 불교 조각과 회화 속에 나타난 동자의 의미를 심도 있게 다루는 연계 인문학 강좌를 통해 그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