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자동차 산업, 세액공제 확대가 관건

'한국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통칭되는 국내생산세액공제의 적용 범위를 전기차와 철강 분야까지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저가형 중국산 전기차가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 자동차 제조 기반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산업 보호를 위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센터장은 지난 26일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 주관 국회 토론회에서 기조 발제를 진행했다. 임 센터장은 차기 주요 과제로 전기차를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내년부터 가동될 이 제도는 국내에서 생산되어 판매되는 제품의 양에 따라 세금 감면 혜택을 차등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이차전지, 태양광, 풍력, 반도체, AI 로봇 부품, 핵심소재 등 총 6개 항목이 혜택을 받지만, 이를 더욱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 임 센터장의 설명이다.

중국산 침투율 폭등, 고용 위기 우려

임 센터장이 자동차 분야의 보호 장치를 강조한 배경에는 급격한 시장 변화가 있다. 한국은 타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중국산 자동차의 시장 침투가 매우 가파른 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국토교통부의 자료를 살펴보면, 2020년 당시 0%에 불과했던 중국산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2.7%까지 치솟았다. 이는 일본(4.3%에서 22.9%로 상승)이나 유럽연합(4.0%에서 20.4%로 상승)의 점유율 변화폭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큰 수치다. 중국에서 제조된 테슬라 모델의 유입과 중국 자체 브랜드들의 공세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산업 생태계의 붕괴와 대규모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현재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직·간접적으로 약 147만 명에 달한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10억 원당 5.36명으로 나타나, 기존 세액공제 대상인 이차전지(1.76명)나 반도체(2.43명)보다 훨씬 높은 고용 창출력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에 맞선 대응 필요

해외 주요국들이 이미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유사한 세제 혜택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경우 전기차를 전략적 육성 분야로 지정해 국내 생산 촉진 세제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유럽연합 또한 산업가속화법을 통해 유럽산 제품에 공공조달 우대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임 센터장은 자동차 산업을 국내생산세액공제 체계에 편입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의 형평성을 맞추는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정치권도 이러한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25일 열린 경제현안간담회에서 국내생산세액공제 제도의 보완 의지를 피력했다. 이미 여야 의원들은 전기차를 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공동으로 발의한 상태다. 재경부 관계자는 해당 안건이 다음 달 국회 심사를 거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