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의 파격적인 'F주' 발행

인공지능(AI) 전문 기업인 앤스로픽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며 다리오 아모데이 CEO를 포함한 7명의 공동 창업자들에게 이른바 '황금주'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창업자를 뜻하는 'F주(Founder shares)'로 명명된 이 주식은 단 1주만 보유하더라도 전체 의결권의 50.1%를 행사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담고 있다. 이는 미국 증시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현재 7명의 창업자가 보유한 전체 지분율은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황금주를 통해 상장 이후 지분율이 하락하더라도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미국의 유연한 회사법과 한국의 엄격한 원칙

이처럼 미국에서 창업자에게 강력한 특혜를 부여할 수 있는 배경에는 유연한 회사법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이 정관을 수정함으로써 의결권이 차등화된 다양한 형태의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은 구글이나 메타, 에어비앤비와 같은 최신 IT 기업뿐 아니라 포드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제조 기업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구조다.

반면 대한민국은 상법상 '1주 1의결권'이라는 원칙이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3년 전 비상장 벤처 기업에 한해 복수 의결권을 허용하는 제도가 도입되었으나, 이는 상장 후 3년이 지나면 보통주와 동일하게 의결권이 제한되는 시한부 권리에 불과하다. 창업자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이끌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다는 비판이 지속되어 왔음에도, 소액 주주의 이익 침해나 대주주의 편법 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는 반대 논리에 부딪혀 왔다. 특히 과거 재벌 기업들이 보여준 일감 몰아주기, 쪼개기 상장, 편법 승계 등의 행태가 사회적 불신을 초래한 측면이 크다.

신뢰가 담보하는 경영권 보호의 본질

하지만 미국에서도 창업자가 독단적으로 황금주나 복수 의결권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관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사회의 결의와 주주들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실제로 미국 상장사 중 복수 의결권을 채택한 기업은 약 10% 내외에 불과하다. 앤스로픽의 사례 역시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주요 주주들이 동의하지 않았다면 성립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사회와 주주들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창업자의 지속적인 경영이 기업의 미래 가치를 높이는 데 핵심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를 위해 각각 2억 주와 1조 달러 규모의 보상안을 통과시킨 것 또한 그를 기업에 묶어두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결국 앤스로픽과 스페이스X가 주는 시사점은 경영권 보호라는 제도가 단순한 법적 장치를 넘어, 기업가에 대한 사회적 신뢰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아모데이 혹은 머스크처럼 탁월한 비전과 성과를 바탕으로 기업을 성장시키고 존경받는 혁신가들이 늘어난다면, 그들의 경영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는 주주와 국민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