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시장의 성장과 괴리된 지역 식당의 현실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액은 전년 대비 3.6% 감소했으나, 전통주 출고액은 오히려 6.2% 증가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전반적인 음주 문화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전통주만큼은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세와 달리 지역의 유명 향토 음식점들은 여전히 전통주와 거리가 멀다. 지방의 특색 있는 식당 메뉴판을 살펴보면, 그 지역에서 생산된 술보다는 전국 어디서나 흔히 접할 수 있는 희석식 소주나 맥주가 우선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전통주 산업의 외형적 성장은 지표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전통주 출고량은 2018년 9,700㎘ 수준에서 2024년 2만 2,900㎘로 두 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통주 제조 면허 수 또한 1,037개에서 1,957개로 대폭 늘어났으며, 수출 규모 역시 1,760만 달러에서 2,370만 달러로 확대되었다. 이처럼 산업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정작 지역 식당과 전통주 사이의 연결고리는 약한 상태다.

양조장 관광의 활성화와 유통의 장벽

양조장을 관광 거점으로 육성하려는 정책적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추진하는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은 2013년 단 2곳으로 출발했으나, 올해 69곳까지 규모가 커졌다. 지난 7월 농식품부는 이 중 40곳을 선정해 권역별 미식관광 코스를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선정 기준에는 체험 프로그램의 질적 수준은 물론, 지역 농산물 및 향토 음식과의 연계성, 그리고 철도와 도로를 통한 접근성이 핵심적으로 고려되었다. 실제로 충남 예산의 한 사과와인 양조장은 연간 약 2만 5,000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하지만 양조장이 관광 명소로 떠오르는 것과 별개로,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지역 식당에서는 지역 술을 경험하기 어렵다. 현장에서는 여러 이유가 지목된다. 우선 식당들은 대개 대량 유통이 용이한 도매상 중심의 술을 선호하는데, 소규모 양조장의 제품은 이러한 유통망에 진입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또한 희석식 소주보다 비싼 가격 때문에 손님이 찾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술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맛이 제각각이라 직원들이 손님에게 상세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도 주요한 장애물로 작용한다. 결국 여행객들은 지역 음식은 현지 것을 먹으면서도, 술은 어디서나 마실 수 있는 기성 제품을 곁들이게 되는 구조다.

지역 경제 선순환을 위한 과제

지역 술이 향토 음식점의 테이블에 놓여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맛의 조화를 넘어선다. '지역특산주'는 반드시 해당 지역의 농업인이 직접 재배하거나 인근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주원료로 사용해야 하며, 수입산 원료나 정부 비축미는 사용할 수 없다. 즉, 지역 술 한 병이 판매되는 것은 곧 그 지역의 쌀과 과일의 소비로 이어진다. 식당 입장에서도 지역 술을 도입하면 해당 식당만의 고유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고, 객단가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식문화를 경험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지역 막걸리나 약주를 제안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미식 경험이 된다.

다만 양조장 관광의 지리적 한계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대다수 양조장이 도심과 떨어진 곳에 있어 차량 없이는 접근이 어렵고, 시음 후에는 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식품부는 양조장 체험과 지역 음식을 결합한 철도관광 상품을 개발 중이며, 올해 하반기에는 대전역에서 충청권 양조장 팝업 매장을 운영해 기차 이용객들이 운전 부담 없이 지역 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여기에 2024년 5월부터 법적으로 허용된 '잔술' 판매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면, 한 병을 주문하기 부담스러운 손님이나 소량 입고를 원하는 식당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지자체의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 향토 음식점과 인근 양조장을 매칭해주고, 소량 공급 및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며, 식당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이 유효하다. 또한 관광 안내 체계 역시 양조장 코스 내에 지역 술을 취급하는 식당 정보를 통합하여, 여행객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그 술을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지역의 재료로 만든 음식 곁에 그 땅의 농산물로 빚은 술이 놓일 때, 미식관광의 혜택은 농가와 양조장, 식당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