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라는 강력한 카드, 판을 바꾸려면 구조 혁신 필수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이 생산성 저하 흐름을 되돌릴 수 있는 결정적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단순히 기술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경제의 판도를 바꿀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8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개최된 ‘2026 서울미래컨퍼런스(SFC)’에 참석해, AI라는 우수한 카드를 활용해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는 핵심은 기술 그 자체보다 확산 속도와 내부 구조의 유연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가 AI를 활용할 기반은 갖추었으나,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구조가 마련되어야만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조 교수는 향후 10년 동안 AI가 생산성을 2.3%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 데이터를 제시하며,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에서는 누적 3.5%포인트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러한 낙관적 전망이 현실화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그는 AI 기술이 경제 시스템 전반에 파생되어 광범위하게 응용될 수 있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낙관론과 비관론 사이의 시나리오 격차가 크다는 점을 들어, 이는 연구자들조차 향후 전개 양상을 완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임을 시사했다.

데이터 축적과 제도적 유연성이 성패 결정

결국 생산성의 향방을 결정짓는 요소는 '제도의 유연성'이다. 조 교수는 해외의 규범 체계와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 얼마나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했는지, 그리고 교육과 노동, 금융 시장 등 사회 전반에서 AI를 얼마나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지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세계 각국의 제도들이 점차 혁신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제도적 대응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한편,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연구팀장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팀장은 지난해 국내 근로자 5,5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AI를 업무에 도입한 응답자가 과반을 넘었으며 이로 인해 주당 평균 업무 시간이 1.5시간가량 단축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 단축이 곧바로 업무 산출량의 증가로 연결되지는 않았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오 팀장은 조직 구조의 경직성을 꼽았다. 현재 AI를 통해 업무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영역은 전체의 약 5% 내외에 불과하며, 설령 개별 업무 시간이 단축되더라도 후속 절차가 지연된다면 전체적인 효율 개선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적절한 보상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AI 활용이 오히려 업무 태만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오 팀장은 급격한 AI 도입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사회의 노동 구조가 유연한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