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권의 대표적인 슈팅 게임 프랜차이즈인 '콜 오브 듀티'가 최신작에서 북한의 남한 침공 시나리오를 다루고 이태원 참사 영상을 삽입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과거에도 민감한 역사적 사건이나 폭력적인 소재를 게임 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논란을 빚어온 이 시리즈의 제작 방식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민간인 학살 시점까지 제공한 '노 러시안'
마이크로소프트 산하 액티비전이 서비스하는 '콜 오브 듀티'는 2024년 기준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이 5억 장을 넘어선 메가 히트작이다. 매 시리즈마다 실제 군사 분쟁을 비튼 독특한 스토리라인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아왔으나, 그 과정에서 발생한 윤리적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09년 출시된 '모던 워페어 2'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최대 문제작으로 꼽힌다.
당시 게임 내 '노 러시안' 임무에서는 러시아 국수주의 테러범들이 미국인으로 위장해 자국 공항에서 총기 난사를 벌이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플레이어는 CIA 요원의 시점으로 잠입하여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들을 자동화기로 살상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에 미국 정치권과 학부모 단체, 주류 언론은 게임 규제를 강력히 촉구했으며, 러시아에서는 해당 임무가 삭제된 버전을 유통하거나 패키지 제품을 회수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이후 이어지는 스토리에서는 러시아의 미국 침공으로 인해 워싱턴과 백악관이 공격받는 상황이 묘사되기도 했다.
실존 인물과 국제 정세의 아슬아슬한 활용
제작진은 역사적 실존 인물이나 전쟁을 묘사하는 데 있어 매우 과감한 디자인 철학을 고수해 왔다. 2010년 선보인 '블랙 옵스'는 소련에 포로로 잡혀 세뇌를 당한 주인공이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에 연루되었다는 암시를 담아 미국 보수 매체의 반발을 샀다. 또한 쿠바의 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를 암살하러 가는 임무가 포함되어 쿠바 정부가 공식적으로 항의하는 사태로 번지기도 했다.
최근작들의 행보 역시 논란의 연속이다. 2019년 '모던 워페어'에서는 러시아의 인접국 침공을, 2022년 '모던 워페어 III'에서는 미국이 이란 공항을 공습해 혁명수비대 장군을 사살하는 임무를 다뤘다. 이를 두고 일부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제작진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공습을 사전에 예견한 것이 아니냐는 흥미로운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인피니티 워드의 디렉터 제프리 네거스는 지난달 인터뷰를 통해 모던 워페어 시리즈가 항상 도발적인 성격을 띠고 있음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