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석에서 19석으로, 급격히 커진 아랍계 정치 영향력
이스라엘 총선 결과, 아랍계 정당들이 기존보다 두 배 가까운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들의 향후 행보가 정국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29일 현지 시각 기준, 개표율 93.8%를 기록한 이스라엘 중앙선거위원회의 중간 집계에 따르면 '공동 명부'는 12석, '라암'은 7석을 각각 확보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지난 2022년 선거 당시 획득했던 10석과 비교해 약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총 120석의 의석 중 16%에 달하는 19석을 차지하게 된 이들은 향후 이스라엘 정치 지형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할 입지를 구축했다.
소수민족의 생존권 투쟁과 투표 참여의 배경
이번 약진을 이끈 두 정당은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21%인 210만 명을 대변하는 최대 소수민족 아랍인들의 정치적 기반이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제1차 중동전쟁 이후에도 시민권을 유지하며 국가 내에 머물러온 이들은, 유대인 근본주의자들의 폭력적 행태와 차별적 정책 속에서 사실상 '이등 시민'의 삶을 견뎌왔다. 그간 많은 아랍계 이스라엘인은 국가 정체성 문제 등으로 투표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2023년부터 이어진 가자전쟁 속에서 네타냐후 정부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과 내부적 탄압이 심화되자 위기감을 느껴 투표장에 대거 등장했다.
정당별 상이한 전략과 연립정부 참여를 둘러싼 갈등
아랍계 정당 내에서도 정부 참여를 향한 전략은 엇갈린다. 세속주의 성향의 '공동명부'는 이스라엘 공산당 뿌리의 하다시와 아랍민족주의 정당인 타알·발라드가 연대한 급진 좌파 정당이다. 이들은 직접적인 정부 참여는 피하되,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가디 아이젠코트가 이끄는 야권 '변화 진영'을 외부에서 지원할 방침이다. 공동명부는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 정부를 축출하기 위한 정치적 협력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이슬람주의 성향의 '라암'은 지난 2021년 아랍계 정당 최초로 중도우파 연립정부에 참여했던 사례처럼 아이젠코트 정부에 합류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라암이 요구하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론은 아이젠코트 측의 입장과 충돌할 여지가 크다.
연대 조건의 장벽과 야권 내의 촉구 목소리
정치적 연합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아이젠코트 측은 선거 전 아랍계 정당들에 이스라엘을 유대인 민주주의 국가로 인정할 것과 팔레스타인 주민의 징병제 시행, 그리고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규탄할 것을 요구해 왔다. 가자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과 깊은 연대감을 가진 아랍계 정당들에게는 수용하기 까다로운 조건이다. 현재 아이젠코트 연합 소속 4개 정당 중 야이르 골란 민주당 대표만이 아랍계와의 연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골란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X)를 통해 인종차별을 종식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강조하며, 과반을 확보한 반네타냐후 블록이 아랍계 시민과 연대해 정부를 구성할 책임이 있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