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 의심에 폭행부터 나체 촬영까지

여자친구의 부정행위를 의심해 폭행을 가하고 나체를 촬영하는 등 심각한 데이트 폭력을 행사한 3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3단독 김희진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고 현장에서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A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2023년 1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여자친구인 B씨가 외도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품고 B씨를 수차례 폭행했다. 이어 B씨를 나체 상태로 무릎 꿇린 뒤, '다시 바람을 피우면 전 재산을 주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도록 강요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각서를 작성하는 B씨의 모습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촬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디지털 기기 탈취와 협박을 통한 고립

A씨의 가해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B씨의 휴대전화를 강제로 빼앗아 저장된 연락처와 사진 등을 모두 삭제했다. 또한 B씨가 타인과 나눈 메시지 내용을 캡처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A씨는 B씨에게 '네가 바람을 피워 퇴사해야 한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메시지를 삭제해주겠다'고 협박했고, 결국 B씨가 부모에게 이와 같은 내용을 전달하게끔 만들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B씨가 자발적으로 각서를 작성한 것이며 동영상을 촬영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하며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 B씨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되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꾸며내기 어려운 수준의 진술이라는 점이 유죄의 근거가 되었다.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과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B씨의 몸에 남은 멍 자국이 찍힌 사진과 상담 기록, 그리고 동생과 나눈 전화 통화 내용 등 제출된 증거물들이 피해자의 진술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극도의 수치심을 유발하는 촬영을 포함하고 있으며, 사적 대화 내용을 유포해 피해자를 사회적·가족적으로 고립시키려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가 겪었을 정신적 고통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과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한 점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범행 이후에도 상당 기간 교제를 이어갔다는 사실이 처벌 수위를 낮추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검찰과 피고인 양측 모두 항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