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극우 정책에 맞선 아랍계 유권자의 결집

이스라엘 총선에서 아랍계 정당들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가 팔레스타인인을 배제하는 극우적 기조를 강화하자, 이스라엘 시민권을 보유한 아랍계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하며 강력한 저력을 보여주었다는 분석이다. 알자지라의 2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계 시민들의 투표율은 약 80%에 육박하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개표율 91%가 집계된 시점에서 아랍계 정당인 연합명부와 아랍연합명부(라암)는 약 19석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 수치가 확정될 경우 이스라엘 역사상 아랍계 정당이 거둔 최대 의석수가 된다. 특히 네타냐후가 이끄는 우파 진영과 가디 아이젠코트 전 군 참모총장이 이끄는 야권 모두 과반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아랍계 정당들이 차기 연립정부 구성의 핵심적인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전망이다.

연정 참여 의사와 역사적 배경

아랍계 정당들은 차기 연립정부에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유세프 자바린 공동명부 대표는 자신의 SNS(X)를 통해 네타냐후 정부를 몰아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면서도, 진정한 변화는 유대인과 아랍인 사이의 평등한 파트너십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랍계 정당의 연정 참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1년에도 라암당은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가 이끈 연합에 합류해 네타냐후의 장기 집권을 저지하려 시도한 바 있다.

이스라엘 인구의 약 20%를 차지하는 아랍계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추방되거나 피란하지 않고 남은 팔레스타인인들의 후손이다. 이들은 가자지구나 서안지구 거주민과 달리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유대계 이스라엘인들과 분리된 지역에 거주하며 여전히 차별적인 환경에 놓여 있다. 그동안 하마스나 파타 같은 팔레스타인 정치세력의 선거 보이콧 권고와 물리적 위협, 협박 등으로 인해 투표 참여가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극우 장관들에 대한 분노와 시민들의 움직임

이번 기록적인 투표율의 배경에는 네타냐후 연정 내 극우 인사들에 대한 강한 반감이 자리 잡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살해를 주장해온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서안지구 합병을 추진하는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의 행보가 아랍계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다. 니머 술타니 팔레스타인 연구센터 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랍 지역 투표율이 70~80%를 기록하거나 일부 지역은 80%를 상회한 것은 전례 없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팔레스타인 매체 알쿠드스는 이번 투표율을 네타냐후 정부의 인종차별적 정책에 저항하려는 광범위한 열망의 결과로 해석했다. 특히 이스라엘 내 젊은 세대들은 조직적인 정치 활동만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고 정부의 소외 및 강제 이주 정책에 맞설 유일한 수단이라고 믿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아이젠코트가 주도하는 반네타냐후 진영 내에서도 아랍계 정당의 연정 참여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어, 실제 연정 구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편,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하이파 등지에서는 유대계와 아랍계 정당의 연합을 촉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