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3일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상원 주도권을 결정할 핵심 승부처인 알래스카주를 둘러싼 정쟁이 격화되고 있다. 민주당 측이 공화당 현역 의원의 지지층을 분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동명이인 후보를 내세우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민주당 후보의 자격 박탈과 형사 기소를 요구하며 향후 선거 결과에 불복할 근거를 마련하는 모양새다. 특히 전국 단위 상원 선거를 관리하는 민주당 조직의 개입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이번 논란이 상원 다수당 향방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비밀리에 추진된 '투표용지 구성 프로젝트'

뉴욕타임스는 28일(현지시각) 메리 펠톨라 민주당 상원 후보의 선거 캠프와 민주당 상원선거위원회(DSCC) 핵심 관계자들이 공화당의 댄 설리번 현역 상원의원 표를 잠식할 목적으로 동명이인 후보를 섭외하는 비밀 작전을 실행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설리번 의원 측은 은퇴 교사인 댄 J. 설리번의 출마가 민주당의 치밀한 기획이라고 주장해왔으며, 민주당은 이를 지속적으로 부정해왔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12명의 관계자 증언과 다수의 문자메시지를 확보해 해당 의혹을 뒷받침했다.

내부적으로 '투표용지 구성 프로젝트'라 명명된 이 계획은 지난해 여름부터 가시화된 것으로 보인다. 펠톨라 캠프 측이 유권자 명부를 조사해 현역 의원과 성명이 일치하는 인물을 찾아내라고 지시하면서 작업이 시작됐으며, 이후 DSCC가 전략가 제리드 커츠를 펠톨라 캠프에 연결하며 본격적인 섭외 단계로 진입했다는 설명이다.

신분 숨긴 전략가와 후보의 인지 여부

전략가 커츠는 정체를 숨기기 위해 가명을 사용하고 구글 보이스 번호를 이용해 접촉을 시도하는 등 철저히 보안을 유지했다. 그의 주요 타깃 중 하나는 피터즈버그의 은퇴 교사인 댄 J. 설리번이었다. 해임된 엘리사 리오스 전 선대본부장은 펠톨라 후보가 이 작전을 직접 진두지휘하지는 않았으나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비록 리오스가 보도 직전 기존 진술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으나, 뉴욕타임스는 다른 취재 내용과의 일치성을 근거로 보도 내용을 유지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펠톨라 캠프뿐만 아니라 DSCC와 외부 전략가, 법률 자문단까지 연루된 광범위한 작업이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펠톨라 캠프와 DSCC 측은 후보 영입 과정에 자신들이 직접 관여한 사실은 없다고 일축했다.

법적 논란과 정치적 파장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실제 선거 무효나 결과 뒤집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선거법 전문 변호사인 벤 긴즈버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행위가 매우 민망한 일일 수는 있으나 법적 위반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히 알래스카의 순위선택투표제 하에서는 동명이인을 1순위로 선택하더라도 2순위로 현역 의원을 지정하면 표가 이전될 수 있으며, 투표용지상에 현역 의원에게만 '공화당·현역' 표시가 붙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효과도 미미하다는 견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의혹은 고물가와 이란 전쟁 등으로 정치적 압박을 받던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국면 전환의 기회를 제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를 '최고 수준의 선거 사기'라고 규정하며 펠톨라와 동명이인 후보에 대한 기소 및 자격 박탈을 강력히 요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법무부 역시 펠톨라 캠프에 관련 자료를 요청할 방침이다. 긴즈버그 변호사는 만약 펠톨라가 승리해 상원 주도권이 넘어갈 경우, 공화당이 당선증 인준을 거부하는 등 강력한 불복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