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속 변수 관찰이 핵심
결과값 자체에 매몰되기보다 변화하는 변수들의 흐름을 면밀히 살피는 태도가 필요하다. 오철 상명대 교수는 29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2027 한국경제 대전망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 한국 경제 상황을 '광야를 걷는 듯한 기분'이라고 묘사하며, 변수에 대한 집중적인 관찰을 당부했다.
경제추적연구소와 외부 전문가들이 공동 집필한 신간 '2027 한국경제 대전망(21세기북스)'은 다가올 경제적 변화와 기회 요인을 심층 분석한다. 이번 저서에는 오 교수와 더불어 이근 중앙대 석좌교수, 정무섭 동아대 교수, 한재필 충남대 교수 등 총 35명의 전문 필진이 참여했다.
도서는 총 5개 장으로 구성되어 경제성장, 반도체, 인공지능(AI), 환율, 중국 등 5대 불확실성 요소를 비롯해 지정학적 변수, 금리 및 자산시장 동향을 다룬다. 또한 조선, 방산, 원전, 배터리, 콘텐츠 등 전통 K-산업과 우주 및 피지컬 AI 같은 미래 신성장 산업, 그리고 석유화학, 철강, 중소건설업, 자영업 등 침체 산업을 폭넓게 조명한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문영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 박태영 한양대 교수, 임지선 육군사관학교 부교수, 목대균 KCGI자산운용 대표이사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반도체 패러다임 변화와 경제 전망
오 교수는 내년 경제를 관통할 두 가지 키워드로 '변화무쌍'과 '고장난명'을 제시했다. 그는 올해 급변했던 주가와 환율이 내년에도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고 설명하며, 유가와 물가의 변동성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종별로 호황과 불황이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반도체 산업의 호황과 환율 하락세에 힘입어 내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 달러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증권가에서는 내년 경제 성장률을 3.7~3.8%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는 반도체 산업의 기여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집필진들은 반도체 산업의 흐름이 단순한 비용 절감에서 성능 향상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근 교수는 2025년 한국 주가가 세계적인 상승세를 보였음에도 실물 경제 성장은 1%에 그쳤던 점을 언급하며, 내년에는 이 관계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즉, 실물 경제는 개선되는 반면 금융 시장은 부정적인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환율이 안정세를 찾으면 내수 소비가 살아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 구조 재편과 정책적 과제
반도체 분야는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실물 수요 덕분에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D램 추격에 대해서는 극자외선(EUV) 공정 장비의 부재로 인해 2030년대 초반까지는 기술 격차를 좁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책적 제언도 이어졌다. 약 63조 원 규모의 초과 세수는 국가부채를 줄이거나, CPTPP 가입에 따른 농어민 피해 보상 등에 활용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한 내년 AI 분야에 민간과 정부의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책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환율의 경우 하반기 강세 이후 다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유럽·중국의 경제 전략도 주요 변수로 꼽혔다.
이 교수는 미중 갈등이 적절히 유지될 때 한국이 대체 불가능한 핵심 재료 공급처로서 가치가 극대화된다며, 갈등의 안정화 국면이 한국에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서는 서울의 가격 안정을 정책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기에, 경기도 등 실질 수요가 있는 지역의 양질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지표 관리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끝으로 K자형 양극화 해소를 위해 지방 대도시 중심의 선택적 투자가 필요하며, 소재·부품·장비의 중국 의존도 완화와 제조업의 AI 도입이 중요하다는 점이 논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