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형 외 다양한 유전자형 발견, 예후 차이 뚜렷

목구멍 안쪽 구인두 부위에서 발생하는 구인두암은 편도나 혀뿌리(설근부) 부근의 점막 세포인 편평세포에서 주로 시작된다. 과거에는 주로 음주와 흡연이 발병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었으나, 최근에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에 의한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미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는 HPV 양성 구인두암이 주된 유형으로 자리 잡았으며, 한국에서도 그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기존에는 HPV 16형이 구인두암의 압도적인 원인으로 여겨져 왔으나, 국내 환자 4명 중 1명꼴인 25.3%는 16형이 아닌 다른 유전자형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차원재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제1저자인 진시연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23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은 HPV 양성 구인두편평세포암 환자 중 유전자형 확인이 가능한 174명을 분석하여 이러한 사실을 밝혀냈다.

33형 림프절 전이 높고 35형 생존율 낮아

피부나 점막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HPV는 성인 대다수가 평생 한 번은 감염될 만큼 흔하다. 다양한 유전자형 중 일부 고위험군이 체내에 잔류할 경우 암을 유발하는데, 지금까지의 연구는 주로 가장 흔한 16형에만 집중되어 왔다. 이로 인해 HPV 양성 암이 음성 암보다 예후가 좋다는 통념 역시 16형 중심의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어, 유전자형별로 실제 임상적 특징이나 생존율에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규명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아시아권의 데이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유전자형 분포와 그에 따른 차이를 면밀히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전체 환자의 25.3%인 44명이 16형이 아닌 다른 유형에 감염된 상태였다. 이는 서구권의 보고치보다 높고 동아시아권 수치와 유사한 수준이다. 유전자형별 분포는 16형이 74.7%로 가장 많았으며, 33형(6.3%), 35형(4.6%), 58형(3.4%), 18형(3.4%) 순으로 나타났다.

남성 환자 압도적 비중, 백신 범위 확대 필요성 제기

특히 유전자형에 따른 예후 차이가 명확히 관찰되었다. HPV 33형 감염 환자는 16형 환자보다 진단 시 목 림프절 전이를 의미하는 림프절 병기가 더 높게 나타났으며, 35형 감염 환자는 16형보다 전체 생존율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조사 대상의 90.8%인 158명이 남성이었으며, 이러한 남성 중심의 경향은 모든 유전자형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었다. 이는 2026년 5월부터 국내 HPV 국가예방접종이 12세 남성 청소년까지 확대되는 만큼, 남성 예방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진시연 교수는 33형 등 다양한 고위험 유전자형의 존재를 강조하며, 현재의 4가 백신이 9가 백신으로 전환될 경우 예방 범위가 훨씬 넓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원재 교수는 수술과 방사선, 항암치료의 발전으로 HPV 양성 구인두암의 전반적 성적은 양호하나, 이번 연구가 유전자형별 세밀한 이해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분당서울대병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국제학술지 '임상 및 실험 이비인후과학'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