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닮은 AI의 법적 추론 능력

인공지능 대법관들은 변론을 진행하는 로스쿨 학생들의 말을 끊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질문을 던지며 논의에 참여했으나, 실제 인간 대법관들처럼 변론 도중에 끼어드는 행동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비록 상호작용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 명의 AI 대법관이 도출한 최종 판결은 인간 대법관들의 결정과 일치하는 결과를 나타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로스쿨 교수진과 학생들은 지난 22일 캠퍼스 내 AI 컨퍼런스에서 모의 변론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이번 실험은 2025년 연방대법원이 실제로 다루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진행되었으며, 세 명의 AI 대법관이 판결을 내리는 방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해당 교육 기관은 지난해 AI 배심원을 활용한 유사한 실험을 진행한 바 있으며,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의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AI 대법관의 설계와 실험 방식

니콜 다우닝 노스캐롤라이나대 로스쿨 AI 담당 부학장은 이번 실험의 목적이 AI가 대법관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AI가 대법관의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며, 대신 AI가 연방대법원의 의견서와 유사한 논리 구조로 추론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법률 기술 기업들이 사건 결과를 예측하거나 사법 분석을 수행하는 생성형 AI를 잇따라 선보이는 가운데 진행된 이번 실험에서, AI 대법관들은 추방 절차에 관한 법적 쟁점을 다루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자발적 출국 의무가 있는 대상자의 기한이 토요일일 경우, 그 기한이 다음 주 월요일로 연장되는지 여부가 핵심 논점이었던 사건입니다. 주최 측은 전체 대법관 정원 9명 중 3명을 AI로 구성했으며, 각각 문언주의, 실용주의, 진보 진영의 성향을 대변하도록 설계했습니다.

판결 결과와 인간과의 간극

실험에 투입된 AI들은 실제 사건의 변론 요지서와 절차 이력을 면밀히 검토했으며, 관련 법령과 행정 지침, 주요 판례 및 규칙을 함께 제공받았습니다. 또한 각자가 대변하는 성향을 가진 인간 대법관들의 의견서도 참고 자료로 활용했습니다. 실험 결과, 인간 6명과 AI 3명의 결론은 5대 4의 비율로 갈렸습니다. 다수의 의견은 자발적 추방 기한이 주말이나 공휴일에 해당할 경우 다음 영업일로 연장된다는 것이었으며, 클래런스 토머스와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은 이에 반대했습니다. AI 대법관들 역시 이와 유사한 결론을 내렸는데, 진보 및 실용주의 성향의 AI는 기한 연장을 지지한 반면 문언주의 성향의 AI는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다만 다우닝 부학장은 AI가 판사를 대체하기보다는 변호사가 판사의 질문 패턴을 예측하는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는 AI가 인간과 유사한 추론 방식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행동 양식 측면에서는 여전히 인간과 유사하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AI 재판관이 인간처럼 느껴지기 위해서는 여전히 거대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