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규모에 따라 갈리는 노동자 복지 수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회계연도 기업체 노동비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인 이상 사업장의 노동자 1인당 평균 법정 외 복지비용은 30만 3천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법정 외 복지비용에는 주거 지원부터 식사, 교통, 건강 관리, 자녀 학비 보조 등이 포함되며, 이는 기업의 복지 수준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하지만 기업 규모에 따른 격차는 매우 뚜렷했다. 300명 이상의 기업은 노동자 1명당 평균 48만 원을 지출했으나, 300명 미만 기업은 15만 7천 원에 머물러 대기업의 32.7%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통계적 격차는 현장 노동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복지 양극화와 맞닿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식사 문제다. 점심 한 끼 가격이 1만 원을 넘어서는 고물가 상황에서, 대기업이나 중앙 공공기관은 자체 구내식당을 통해 영양가 높은 식단을 저렴하게 제공한다. 서울시청의 경우 직원들에게 아침과 점심, 저녁 식사를 모두 지원하며 유명 셰프인 에드워드 리와 협업한 특식을 선보이기도 한다. 반면, 중소·영세 사업장이 밀집한 산업단지의 식당들은 메뉴가 단조롭고 영양 불균형에 대한 불만이 높다. 심지어 수도권 외곽의 농공단지에서는 아침 식사를 해결할 식당조차 찾기 힘든 실정이다.
지자체 주도의 노동복지 모델과 성과
양극화된 복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식사와 휴식권이라는 최소한의 권리부터 보장해야 한다. 전남 광주시 광산구는 2023년부터 산업단지 노동자들의 아침 결식을 방지하기 위해 조식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2020년 지역 노동자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43%가 아침을 거른다는 사실을 파악한 문길주 전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그는 샌드위치나 김밥 등을 2~3천 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조식 지원과 더불어,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작업복 세탁소 운영도 함께 건의했다.
실제로 유해 물질이 묻은 작업복을 세탁하는 문제는 노동안전보건과 직결된다. 2019년 경남 김해시에서 시작된 지자체 지원 작업복 세탁 서비스는 현재 경기도를 포함해 전국 26개 지역으로 확산되었으며, 노동자들은 단돈 1천 원에 깨끗한 작업복을 제공받고 있다. 최근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대학생 대상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벤치마킹해, 2025년부터 구내식당 접근성이 낮은 산단 노동자들에게도 조식을 지원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2027년까지 90만 식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합적인 노동복지 정책 수립의 필요성
이러한 변화는 고무적이지만, 정책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통합이 필요하다. 현재 지자체의 조식 지원사업, 고용노동부의 이동노동자 지원사업,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의 산단 노동자 지원사업이 각각 분산되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계획 아래 노동복지 정책을 하나로 통합 관리해야 한다. 아울러 작업복 세탁 서비스와 산업단지 내 휴게 공간 활성화 방안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추진함으로써, 중소기업 노동자들도 최소한의 건강권이 보장되는 일터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