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쇠약증 유발하는 '암 악액질' 해결사 등장
음식을 섭취해도 체중과 근육이 급격히 감소하는 암 환자들의 고통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 후보물질이 마련됐다. 생명과학과 김호민 교수와 의과학대학원 송민호 교수 공동 연구팀은 암으로 인한 체중 감소와 근력 저하를 방지하는 항체인 ‘GDF15-GDF15 항체’를 개발했다고 29일 공표했다. 해당 연구 성과는 지난 28일 국제적인 권위를 가진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암 환자들은 질병의 영향으로 에너지 대사 체계가 변하면서 근육과 지방이 동시에 소모되는 ‘암 악액질’이라는 심각한 합병증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더라도 회복이 쉽지 않아, 환자가 항암 치료를 견뎌내는 데 있어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한다.
뇌로 전달되는 에너지 과소모 신호 차단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GDF15’라는 단백질에 집중했다. 암 환자의 체내에서 해당 단백질 수치가 높아지면, 뇌에 위치한 ‘GFRAL’ 수용체와 결합하게 된다. 이 결합은 식욕을 억제하는 동시에 에너지 소모를 촉진하는 신호를 발생시켜 몸을 쇠약하게 만든다. 연구팀은 바로 이 수용체의 기능을 차단함으로써 신체 기능을 저하시키는 신호 전달 경로를 원천적으로 막는 항체를 만들어냈다.
생쥐 실험서 체중 20%·악력 30% 회복 확인
대장암 세포가 이식된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개발된 항체를 투여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음식 섭취량이 증가했으며 체중 또한 약 20%가량 높게 유지됐다. 또한 근육과 지방의 손실이 억제되면서 물체를 쥐는 힘인 악력이 약 30% 개선되어, 정상적인 생쥐의 90% 수준에 육박하는 회복력을 보였다. 이와 더불어 에너지 소모를 과도하게 유도하는 교감신경의 활성도 함께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개발된 항체는 암세포를 직접 타격하는 방식이 아니라, 환자가 체중과 근력을 보존하며 항암 치료를 지속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보조적 치료제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다만 인체 적용을 위해서는 동물 실험 단계를 넘어 임상시험이라는 추가적인 검증 과정이 필수적이다. 김호민 교수는 식욕을 되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근육과 지방 손실을 막아 신체 기능을 보호함으로써, 암 환자들이 치료를 완수할 수 있는 체력을 지켜주는 치료제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