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시장의 압도적 지배력과 HBM 완판 행진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기록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29일 진행된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 따르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매출은 147조 1,000억 원, 영업이익은 106조 5,000억 원에 달했다. 특히 메모리 사업은 수요 폭증에 따라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3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3배 넘게 뛰었으며, 전체 매출 내 메모리 비중 역시 60% 수준까지 올라섰다고 밝혔다.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도 올해 하반기 목표로 했던 D램 시장 점유율 수준을 3분기에 이미 달성하며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공급 측면에서는 이미 미래 물량이 확보된 상태다. 김 부사장은 2027년까지의 HBM 공급 물량이 회사의 제품 경쟁력을 반영한 목표 가격으로 협상이 완료되어 사실상 '솔드아웃'되었다고 설명했다.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추가적인 HBM 공급을 원하는 요청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샘플을 출하한 HBM은 초기 고객사 평가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2027년 상반기 양산을 기점으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물량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또한 3분기 D램 비트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한 자릿수 초중반 증가했고, 낸드는 한 자릿수 중반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가격 상승세가 실적을 견인했다.
대형 고객사 중심의 다년 계약과 공급 부족 전망
삼성전자는 메모리 수요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형 고객사들과의 다년 공급계약 체결을 가속화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현재 10개의 대형 고객사와 이미 계약을 마쳤으며, 추가로 10곳의 주요 고객과 다년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일부 고객과는 이미 협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계약 대상은 하이퍼스케일러와 서버 제조사를 넘어 모바일, 자동차, 네트워크 분야까지 넓어지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전체 메모리 공급량의 60~70%를 다년 계약으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고객들의 장기 물량 확보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달성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계약 고객과는 매년 협상을 통해 기간을 연장하는 '롤링'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부 고객과는 추가 계약 기간에 대한 협의가 끝난 상태다. 현재 기존 계약 물량에 대한 추가 공급 요청이 이어지고 있으나, 가용 물량이 한정적이라 제품군별 생산 비중을 조정하는 등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시장의 공급 부족 현상은 202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신규 팹 건설과 웨이퍼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 그리고 반도체 장비 공급의 제약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공급 과잉이 나타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특히 HBM은 이전 세대보다 다이 크기가 크고 메탈 공정 레이어가 늘어나, 범용 D램 생산 전환 과정에서 물리적인 공급 확대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낸드 역시 에이전틱 AI를 기반으로 한 256테라바이트(TB)급 제품 등 선단 공정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파운드리 2나노 수주 확대와 선단 공정 투자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선단 공정을 중심으로 한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강석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로부터 2나노 공정 과제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올해 2나노 관련 수주 과제 규모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선단 공정 매출 비중을 파운드리 전체의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현재 선단 공정의 생산 능력 증설 속도가 수요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신규 팹 투자와 첨단 패키징 역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미국 테일러 팹은 클린룸 가동과 설비 반입이 시작되어 인력 파견 및 웨이퍼 투입이 진행 중이다.
기술 로드맵에 따르면 2나노 공정의 적용 범위를 모바일에서 AI 서버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최선단인 1.4나노 공정은 다수의 고객사와 논의 중이며, 일부와는 테스트칩 개발을 확정 지었다. 삼성전자는 로직 반도체와 메모리, 패키징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솔루션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DS 부문은 총 76조 8,000억 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집행한다. 메모리 분야는 신규 인프라 구축에, 파운드리는 미국 테일러 팹을 중심으로 한 선단 공정 확대에 자원을 집중 투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