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인프라 없는 주택 공급은 불가
정부가 경기 김포시 고촌읍과 사우동 일대에 약 3만70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지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김포시가 광역교통망 확충과 자족기능 확보를 위한 선제적 대책을 마련하라며 강력히 맞서고 나섰다. 대규모 주거 단지가 들어설 경우 교통 체증이 심화되고 지방재정의 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김포시가 서울의 단순한 배후 주거지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다.
이기형 김포시장은 29일 김포아라 공공주택지구 후보지 발표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 방식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 시장은 시민들이 겪게 될 교통 불편과 재산권 침해, 그리고 지방재정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실질적인 보완책이 사업 계획 단계부터 반영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이번 지구는 고촌읍과 사우동 일대 약 365만㎡ 부지에 3만7000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며, 이는 수도권 신규 후보지 6곳 중 전체 추가 물량의 48.2%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해당 사업은 공공주택특별법에 근거해 2027년부터 2035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철도·도로망 확충 및 재정 손실 보전 요구
김포시는 주택을 먼저 짓기보다 교통망을 먼저 구축하는 ‘선교통·후입주’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김포한강2 공공주택지구에 이어 추가 개발까지 진행될 경우, 철도와 도로 같은 기반시설이 급증하는 인구 속도를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행정 절차의 지연을 막기 위해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 사업을 기존 사업과 별개의 예산으로 검검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서울지하철 9호선의 김포 연장 및 직결을 위한 광역교통 개선대책과 사업 부담금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서부권 광역급행철도(GTX) 차량기지의 위치를 조정하고 신설역을 설치하는 방안도 주요 요구사항으로 제시됐다.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등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되, 총사업비의 20~25%를 광역교통 개선대책에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도로망 측면에서는 향산대교와 양촌대교 건설, 영사정 나들목(IC) 진입로 설치, 올림픽대로의 개화IC에서 당산역 구간 확장 등을 대책으로 내걸었다. 아울러 김포한강로와 올림픽대로를 잇는 간선급행버스체계(BRT)의 전용차로 설치 및 운행 보장과 계양~강화고속도로의 전면 지하화 방안도 포함됐다. 시는 공공임대주택 확대에 따른 재정적 타격도 지적했다. 시의 추산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으로 인해 약 1115억원의 지방세가 손실되고 매년 181억원의 재산세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주택 유형별 구성 비율 결정 시 시의 의견을 반영하고, 세금 감면에 따른 재정 손실을 메울 실효성 있는 세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일자리 중심의 자족도시 설계 촉구
단순한 주거 공급을 넘어 지역 내 일자리와 산업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시장은 평화경제특구 및 국가산업단지 지정 등 지역 현안을 지구계획과 연계하고, ‘유엔 AI 허브’를 포함해 대학 연구시설, 기업, 공공기관 등을 유치하여 자족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자리가 뒷받침되지 않는 주거 기능의 확대는 김포를 소비형 베드타운으로 전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주택 규모뿐 아니라 산업, 연구, 업무시설을 포괄하는 도시의 장기적 성장 기반이 설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발 과정에서 토지 소유자 등 원주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대책도 요구했다. 합리적인 수준의 보상가를 산정하고 실효성 있는 맞춤형 이주 대책을 수립해야 하며, 현재 계획에서 빠져 있는 영사정 인근 한강변을 사업구역에 포함해 수변 친수공간으로 꾸며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시장은 “김포시의 요구는 시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최소한의 요구”라며,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게 전향적인 변화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