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현장의 숙련 데이터가 피지컬 AI의 핵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AI·로봇연구소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컨벤션홀에서 개최된 ‘2026 국민미래포럼’에 참석해, 로봇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며 앞서가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제조 현장의 숙련된 데이터를 무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지컬 AI, AI가 일하는 나라로’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김 소장은 한국이 피지컬 AI 분야의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에 비해 자본력과 물량 측면에서 열세에 놓여 있음을 인정하며, 이를 극복할 새로운 차원의 경쟁력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이 산업용 로봇 활용 능력은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지만, 휴머노이드 제조 부문에서는 중국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5년 기준 세계 휴머노이드 생산량 중 중국이 86%라는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동안, 한국의 비중은 단 1%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종속 막기 위한 국산 플랫폼 표준화 시급

김 소장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조선 등 한국이 세계적인 강점을 보유한 제조업 분야의 숙련 기술을 차별화된 전략 자산으로 제시했다. 그는 피지컬 AI의 승패가 결국 데이터 확보에 달려 있다고 보았으며, 현대차, LG,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산업에 뛰어들고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공정 데이터와 제조 현장 밀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한국의 기회 요인으로 꼽았다. 아울러 해외 로봇 플랫폼에 대한 기술적 종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로봇의 관절 구조나 구동 방식이 제각각이라 특정 로봇에서 수집한 작업 데이터를 타 로봇에 즉각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자체적인 폼팩터를 확보하지 못한 채 해외 로봇을 도입할 경우, 국내 공장들이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 테스트베드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R&D 데이터의 공유와 국산 로봇 플랫폼 및 부품의 표준화, 공공조달 확대, 안전 인증 체계 구축, 그리고 장기적인 투자 유치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급 대수보다 실질 가동률과 기술 이전 능력 중시

피지컬 AI 산업을 평가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단순히 로봇이 보급된 대수를 세는 것보다, 실제 현장에서의 가동 시간과 작업의 성공률, 그리고 습득한 기술을 다른 로봇으로 이전할 수 있는 능력을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다. 김 소장은 피지컬 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행동 데이터가 얼마나 축적되느냐가 관건이라고 역설하며, 로봇 1,000대를 단순히 보급하는 것보다 100대의 로봇이 실제 제조 현장에서 하루 20시간 이상 연속으로 가동되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