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관리 의무화되지만 실행력은 의문

휠체어 이동 경로와 엘리베이터, 장애인을 위해 설계된 넓은 화장실 등 장애인 편의시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필수 요소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들이 설치된 이후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노후화되거나 훼손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 시설의 관리 상태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으며, 관련 법안은 내년 5월 2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된 법안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편의시설의 유지 및 관리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시설이 파손되었거나 기능이 상실된 경우 관리 주체에게 보수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 기관에 점검을 위탁하는 방식도 허용된다. 지난 10월 27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최보윤 국회의원은 이러한 시설 관리 체계의 미비점을 지적하며, 실효성 있는 관리를 위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방대한 점검 대상 대비 턱없이 부족한 자원

정부의 5개년 계획에 따르면 향후 개선 및 점검이 필요한 시설의 규모는 매우 방대하다. 전국 250개 스포츠 경기장의 장애인석 정비가 필요하며, 547개 영화관의 모든 상영관에 장애인석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또한 전국 4만 9,000곳의 장애인 화장실에 등받이를 설치하기 위한 세부 기준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은 이러한 막대한 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인적·물적 자원이 매우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내년에 신설될 시설 점검 관련 일자리는 약 500개 수준에 불과하며, 현장을 면밀히 조사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는 데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전문 기관에 위탁 점검을 맡길 때 필요한 예산 편성 및 운영 인력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아, 법 시행 이후 실질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장애인의 시설 이용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을 요구한 상태다.

실질적 권리 보장을 위한 국가적 대책 요구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예산과 인력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법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준비 상태로는 국가가 마땅히 수행해야 할 장애인 권리 보호 의무를 다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앙 정부 차원의 통합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지방자치단체가 현장에서 시설 점검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결국 장애인이 시설을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단순한 편의를 넘어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다. 따라서 정부는 시설 관리 점검이 형식적인 현장 순찰에 그치지 않도록, 전문 인력 채용과 예산 확보를 포함한 종합적인 실행 로드맵을 조속히 발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