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 맥북 프로 전격 공개
애플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한 ‘프로 앤 텔(Pro and Tell)’ 행사에서 20년 동안 고수해온 원칙을 깨고 터치스크린 기능이 탑재된 맥북 프로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번에 공개된 신형 맥북 프로는 14인치와 16인치 모델로 구성되었으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2006년 맥북 시리즈가 처음 등장한 이래 터치 조작 기능을 도입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애플은 사용자가 화면을 직접 제어할 수 있도록 운영체제를 전면 개편했으며, 아이폰의 상징적인 알림 기능인 ‘다이내믹 아일랜드’를 맥북에도 이식했다. 한국 시장에서는 오는 30일부터 사전 예약이 시작되어 다음 달 6일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변화하는 시장과 애플의 전략 수정
그동안 애플은 노트북의 터치스크린 도입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지난 2010년, 화면을 조작하기 위해 팔을 뻗는 방식이 사용자에게 불편을 준다며 이를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터치스크린 기술을 보편화함에 따라 애플 역시 전략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폴더블폰과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관찰된다. 삼성전자가 2019년 갤럭시 폴드를 선보인 이후 7년이 지난 지난달, 애플은 첫 폴더블 모델인 ‘아이폰 듀오’를 발표했다. AI 분야에서도 구글과 삼성전자가 생성형 AI 기능을 강화하는 흐름에 맞춰, 애플은 한국어를 포함한 5개 언어를 지원하는 ‘시리 AI’를 전날 공개하며 대응에 나섰다.
혁신 실종인가, 신중한 시장 안착인가
업계 일각에서는 혁신의 상징이었던 애플이 도전 정신을 상실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첨단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기보다 검증된 기술을 후발 주자로 수용하는 것이 애플 특유의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과거 애플은 대형 화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용 펜 도입에서도 늦은 편이었지만, 브랜드 가치와 편의성을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한 사례가 있다. 강력한 아이폰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로서는 신기술을 서둘러 도입할 유인이 적다는 논리다. 다만 AI가 스마트폰의 근본적인 사용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신중한 전략이 유효할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존 터너스 신임 CEO 역시 아이폰을 AI 시대의 핵심적인 개인용 기기로 정의하며 기존 제품군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공급망의 변화
이번 신형 맥북 프로의 OLED 패널 초기 물량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에 약 4조 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8.6세대 OLED 생산라인을 통해 대형 IT 기기용 패널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