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사라지고 경력직만 늘어나는 고용 시장의 역설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확산과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오히려 청년 세대의 취업 문턱을 높이고 고용의 질을 저하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용 창출 능력이 낮은 IT 제조업이 경제 성장을 주도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AI가 신입 사원들이 수행하던 기초적인 업무를 대신하게 되면서, 기업들이 숙련된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공개한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25~29세 청년 1,000명당 첫 직장 상용직 입직자 수는 2014~2019년 평균 102명에서 2023~2026년 사이 45명으로 55.9%가량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대조적으로 두 번째 이상의 직장에 들어가는 경력직 취업자는 같은 기간 48명에서 121명으로 152.1%나 급증했다. 과거에는 신입 사원이 경력직보다 두 배 이상 많았으나, 최근에는 경력직이 신입의 2.7배에 달할 정도로 고용 구조의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질 낮은 일자리로 밀려나는 청년층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청년 세대가 직면한 고용의 질 또한 악화하는 추세다. 근로시간과 실직 위험, 고용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고용의 질 지수’를 살펴보면, 15~29세 청년층은 2014~2019년 평균 101.1을 기록했으나 2023년 1월부터 2026년 9월 평균은 94.7로 하락했다. 반면 핵심 경제활동 연령대인 30~59세의 지수는 100.2에서 104.0으로 상승해,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시간제 일자리나 임시·일용직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5~29세 청년들은 2023년 이후 300인 이상 대기업의 상용직인 1차 노동시장 진입을 기다리기보다, 눈높이를 낮춰 2차 노동시장으로 먼저 진입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차 노동시장에서 시작해 1차 노동시장으로 고용 수준을 높이는 데 성공한 청년 비율은 2014~2019년 3.5%에서 2023~2024년 1.6%로 감소하며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IT 제조업 중심 구조와 AI 기술의 위협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반도체 등 IT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 재편을 꼽았다. IT 제조업이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용직 고용 창출력이 낮아 경제 성장이 양질의 일자리 확대로 직결되지 못하는 구조적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AI 기술의 확산 역시 신규 채용을 위축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신입 사원의 몫이었던 반복적인 분석이나 기초 실무 업무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정보통신, 전문과학기술, 금융보험 등 AI 노출도가 높은 산업군일수록 경력직 선호 현상이 심화되어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역시 청년 고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연구진은 OECD 통계를 인용하며 고용 보호 수준이 높을수록 청년 고용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정규직 개별 해고 보호지수’가 비교적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분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