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수직계열화로 북미 시장 공략 가속화
한세실업이 내년부터 과테말라 생산 거점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북미 의류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원사 제조부터 원단 생산, 봉제에 이르는 전 과정을 현지에서 완결하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미국 시장 공급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구상이다. 특히 그동안 중미 지역에서 조달이 어려웠던 기능성 원단을 자체적으로 확보해 고부가가치 의류 수주를 늘리고, 관세 혜택을 통한 원가 절감 효과도 동시에 노리고 있다.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에서 개최된 '2026 글로벌 기업 설명회(IR)'를 통해 이러한 중장기 성장 전략을 공개했다. 김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과테말라 염색 공장이 올해 4분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시험운전과 바이어들의 검증 단계를 거친 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 확대에 돌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류 기간 30일 단축 및 품목 다변화 전략
현재 한세실업은 과테말라 미차토야 지역에 원사, 편직, 염색, 가공, 봉제 공정을 통합한 생산 시설을 조성 중이다. 이는 2013년 베트남의 칼라앤터치(C&T)를 인수한 사례와 마찬가지로, 아시아에 이어 중미에서도 원단부터 완제품까지 일괄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시아(베트남, 인도네시아)와 중미(과테말라, 니카라과)를 양대 거점으로 삼아 글로벌 바이어들의 공급망 다변화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이러한 중미 수직계열화는 미국향 물류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높일 전망이다. 아시아에서 미국 동부로 물건을 보낼 때는 약 35~40일이 소요되지만, 중미에서는 8~10일이면 충분하다. 미국향 물량 중 약 70%가 동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미 생산시설을 통해 최대 30일의 운송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현지 원단 생산 능력은 취급 가능한 의류 품목의 범위를 넓혀준다. 기존 중미 시설은 원단 종류가 한정적이라 제품군에 제약이 있었으나, 과테말라에서 원사와 원단을 직접 생산하게 되면 기능성 화학섬유를 활용한 스포츠웨어 및 액티브웨어 생산이 가능해진다. 더불어 미주 자유무역협정(DR-CAFTA)의 원산지 요건을 충족할 경우 미국 수출 시 관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김 부회장은 원단 자체 생산을 통해 그간 생산하지 못했던 제품군을 공급함으로써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기술 도입과 고부가 제품 중심의 성장
한세실업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의류 수요를 정밀하게 예측하는 기술력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어로부터 받은 실제 판매 데이터를 AI로 분석하여 색상과 사이즈별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생산 물량에 즉각 반영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특정 색상의 판매가 저조할 것으로 예측되면 생산량을 조절하고 인기 색상의 비중을 높여 고객사의 재고 부담을 줄여주는 식이다.
디자인 및 상품 기획 역량 강화도 병행된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디자인 오피스를 확장하고 현지 인력을 충원하며 유럽 바이어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AI 기반의 트렌드 분석을 토대로 디자인과 생산 방식을 먼저 제안하는 ODM 사업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2024년 미국 화학섬유 기업 인수를 통해 확보한 원단 공급망을 바탕으로, 기존 캐주얼 의류 위주에서 마진이 높은 스포츠 및 애슬레저 의류로 품목을 전환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이러한 액티브웨어 제품들이 장기적인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세실업의 올해 연간 매출은 전년(1조 9418억 원) 대비 약 8.1% 증가한 2조 1000억 원 규모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2% 늘어난 1조 288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326억 원에서 465억 원으로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