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이웃에서 사회의 주역으로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가족은 이제 낯선 타인이 아닌, 학교와 직장 그리고 지역 공동체를 구성하는 소중한 이웃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여 년의 세월 동안 다문화가족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도 점진적인 변화를 겪어왔다. 과거에는 결혼이주여성이 한국 사회에 원만히 적응하고 정착하도록 돕는 지원 중심의 정책이 주를 이루었으나, 이제는 이들이 보유한 잠재력과 역량에 주목해야 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단순한 포용의 차원을 넘어, 다문화가족이 가진 다양성을 국가의 미래를 견인할 핵심 경쟁력으로 재정의하는 인식의 변화가 시급하다.
수치로 나타난 인식의 괴리와 과제
이러한 사회적 흐름은 통계적 지표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다문화가족 구성원 수는 2018년 100만 명 규모에서 2024년 124만 명으로 늘어났으며, 미성년 자녀 또한 같은 기간 24만 명에서 32만 명으로 증가했다. 2024년 실시된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성인들의 수용성은 9년 만에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청소년의 경우 조사 이래 처음으로 수용성 지표가 하락했다. 이는 부모의 국적이나 외모, 문화적 배경 차이로 인해 청소년 층에서 여전히 편견과 심리적 거리감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미래 세대가 서로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교류의 장을 넓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력으로 증명하는 다문화 인재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사회의 주역으로서 성과를 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에디 다니엘, 이해란, 나마디 조엘진,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 허미미 등 다문화 배경의 선수들이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이들의 활약은 출신 성분이 개인의 한계를 결정짓지 않으며, 노력과 역량에 따라 충분히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또한 다누리포털을 통해 에디 다니엘 선수가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영상을 공개하며, 배경이 아닌 실력으로 서로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지역사회의 자산이 되는 다양성
다문화가족이 보유한 이중언어 능력과 문화적 감수성은 우리 사회의 귀중한 자산이다. 두 개 이상의 언어와 문화권에 익숙한 인재들은 국제 교류나 해외 비즈니스, 통번역은 물론 스포츠와 예술 분야에서도 폭넓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지역사회 내 다문화가족이 운영하는 소상공업체나 문화 활동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문화적 외연을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잠재력이 실질적인 사회 참여로 이어지려면, 이들을 일방적인 수혜자가 아닌 지역사회의 능동적인 주체로 대우하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개인별 맞춤형 정보 제공과 더불어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 확대가 필요하다.
체계적인 지원과 성장의 선순환
한국건강가정진흥원과 전국 가족센터는 다문화가족의 정착부터 역량 강화까지 아우르는 지원 체계를 가동 중이다. '한국생활안내(K-guide)'는 행정, 의료, 금융 등 필수 정보를 16개 언어로 제공하며, 다누리포털과 인재 풀(Pool) 사업을 통해 채용 및 교육 기회를 연결한다. 다누리콜센터는 13개 언어로 24시간 상담을 지원하고, 다누리배움터는 공무원과 기업 등을 대상으로 수용성 교육을 진행한다. 현장에서는 이미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족센터를 통해 통번역사로 성장한 결혼이민자가 다른 이주민의 정착을 돕고, 상담사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 가정을 지원하는 등 도움을 받던 이들이 다시 도움을 주는 주체로 거듭나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인구 구조 변화 속 새로운 동행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다양성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서로 다른 경험과 언어를 가진 이들이 각자의 역량을 펼칠 때 우리 사회는 더 풍부한 가능성을 확보하게 된다. 다문화가족을 향한 시선은 이제 단순한 배려를 넘어 존중과 동행의 차원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다양성은 사회적 부담이 아니라 함께 키워가야 할 국가적 자산이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과 전국 가족센터는 다문화가족의 가능성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다름이 장벽이 아닌 기회가 되는 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