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의결, 전력 수요 대응 본격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27일 개최된 제2026-17회 회의에서 표결을 거쳐 고리 3·4호기의 계속운전 허가를 최종 의결했다. 이번 결정은 설계 수명이 종료된 원자력 발전소의 운영 연장을 승인한 네 번째 사례로, 과거 2008년 고리 1호기, 2015년 월성 1호기, 2025년 고리 2호기에 이은 흐름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두 번째로 이루어진 원전 계속운전 허가 소식이다.

운영 기간이 10년 더 늘어난 고리 3·4호기는 준비 과정을 마친 뒤 내년 상반기 중 다시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과 데이터센터의 확충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대형 원전 2기를 재가동하기로 한 이번 결정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길어지는 심사 절차와 불합리한 수명 연장 구조

고리 3·4호기의 사례 이후에도 대기 중인 원전은 적지 않다. 다음 달 설계 수명이 종료되는 월성 2호기를 시작으로 월성 3·4호기 및 한울 1·2호기 등 총 7기의 원전이 계속운전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원전 가동 연한은 설계상의 잠정적 기준일 뿐이며, 안전성이 담보된다면 운영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이다. 그러나 안전성평가보고서 제출부터 재가동에 이르기까지 심사 과정이 3~4년이나 소요되는 등 현행 제도의 비효율성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현재의 수명 연장 방식에는 구조적 결함이 존재한다. 고리 3·4호기의 경우 수명이 재가동 시점이 아닌 설계 수명 만료 시점부터 10년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여기에 심사 기간과 재가동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면 실제 추가 가동 기간은 7~8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재가동 시점을 기준으로 10년의 수명을 보장하는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며, 미국 사례처럼 20년 단위로 갱신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글로벌 표준에 뒤처진 한국의 원전 운영 정책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원전 건설도 중요하지만, 기존 원전을 안전하게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도 필수적이다. 미국은 가동 중인 90여 기의 원전 중 80여 기에 대해 60년 운전 연장을 허가했으며, 일부는 80년까지 연장 승인을 내주었다. 최근에는 운영 기간을 100년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프랑스 역시 60년의 운영 기간을 보장하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60년 플러스 알파'를 목표로 운영 확대를 위한 법 개정을 완료했다.

엄격한 안전 기준을 준수한다는 전제하에 60년에서 80년까지 원전을 가동하는 것이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한국처럼 원전을 40년만 사용하고 조기 폐쇄하거나, 안전에 문제가 없음에도 심사 지연으로 운영을 방해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에너지 자원의 94%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 상황을 고려할 때, 멀쩡한 원전을 두고 불필요한 트집을 잡으며 계속운전 심사를 지연시키는 관행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