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배 빨라져야 하는 송전망 건설 속도

반도체 산업과 인공지능(AI)을 포함한 3대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서는 현재보다 6배 빠른 송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제기되었다. 공장과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송전 인프라 건설이 지연되면서 대규모 투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28일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과 함께 주최한 ‘전력망 병목, 에너지 지정학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세미나에 참석해 이와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김 부의장은 2030년까지 완공되어야 할 송전망 물량의 약 70%가 아직 착공조차 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2038년까지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려면 현재보다 6배의 속도로 선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3대 메가프로젝트가 요구하는 30GW 규모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에서 기존의 느린 건설 방식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전력 수요와 공급 시점의 심각한 불일치

전력 수요가 발생하는 시점과 송전망이 완성되는 시점 사이의 괴리 역시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권효재 COR에너지인사이트 대표는 송전선로 하나를 건설하는 데 평균 13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데이터센터와 같은 시설은 완공 후 3~4년 내에 즉각적인 전력 공급을 필요로 한다. 결과적으로 시설 구축을 마친 뒤에도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권 대표는 실제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주민 동의와 건설 재원을 확보하여 시급한 사업부터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보증금과 전력 용량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예약료’를 지불하도록 하여 실효성 낮은 신청을 걸러내자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또한 변전소 부지나 송전로가 통과하는 지자체에는 판매 전력량에 따라 매년 톤당 1.0~1.2원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안도 제안되었다. 주민 설득을 위한 ‘막걸리 결사대’ 운영과 더불어, 전권을 가진 전담 조직이 6개월 내에 사업 순서와 비용 원칙을 확립하고 36개월 안에 공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전력망 안정성 확보와 전기요금 인상 압박

이어진 발표에서 이규섭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급격히 변동할 경우 전력망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설비 확충과 데이터센터의 자체 발전 등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전망 건설 비용 외에 안정적 운영을 위한 추가 비용까지 발생할 경우, 결국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