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와 상관없는 시력 검사가 불러온 채용 탈락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신입사원 장애인 전형을 통해 사무영업 직무에 최종 합격했던 한 시각장애인이 직무 수행과 무관한 시력 검사를 요구받은 뒤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에 당사자는 해당 조치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며 합격 취소 철회를 요구하는 법적 대응에 나섰다. 피해자는 3만 명 규모의 대형 공기업에서 시각장애인이 일할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전화 한 통에 채용이 무산되었다며, 공기업 채용 과정에서 이러한 차별이 재발하지 않도록 소송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은 지난 29일 서울북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안에 대한 공익소송 제기를 공식 선언했다. 이번 소송의 법률 대리는 법무법인 오월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이 맡아 진행한다.

합격 통보 후 이어진 '불합격' 전화와 편의 거부

시각장애인 A 씨는 올해 상반기 코레일의 '장애인 제한 경쟁채용' 사무영업 직렬에 지원해 서류 전형과 필기시험, 대면 면접을 모두 통과하며 지난 5월 8일 최종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합격 이후 A 씨에게 철도안전법 시행령 제21조에 명시된 '신호기 등 취급업무' 종사자용 신체검사를 요구했다. A 씨가 지원한 사무영업직은 매표, 고객 안내, 여행 상품 기획 등 사무 중심의 업무를 수행하는 자리였기에, 해당 검사는 직무와 밀접한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결과적으로 시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A 씨는 검사 결과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다만 검사를 집도한 의사는 비고란에 해당 시력이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코레일은 세 차례의 전화를 통해 A 씨에게 최종 불합격을 통보했다. A 씨가 직무 관련 편의 제공이나 부서 배치 조정을 요청했으나, 채용 담당자는 모든 업무가 가능한 인원을 채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재 A 씨와 함께 합격한 다른 수도권 합격자들이 임용되어 근무 중인 것과 달리, A 씨는 일자리를 얻지 못한 채 좌절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논란과 소송의 핵심 쟁점

소송 대리인 측은 이번 사안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0조 제1항이 금지하는 고용 차별이자, 채용 전 장애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의학적 검사를 금지한 제12조 제1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27조 제1항에 명시된 장애를 이유로 한 채용 및 고용 조건의 차별 금지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을 통해 A 씨는 근로자 지위 확인과 함께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및 위자료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요구 사항으로는 A 씨에 대한 합격 취소 철회 및 사무영업 직무로의 임용, 직무 관련성에 근거한 채용 신체검사 기준의 전면 재점검 및 결과 공개, 그리고 장애인 채용 전 과정에서의 시험 평가 편의 제공 절차 마련 등이 포함되었다. 곽예람 법무법인 오월 변호사는 사무영업 직렬은 역무원 중 일부가 예외적으로 수행하는 신호기 업무와는 구별되어야 하며, 장애인 전형으로 뽑은 인원에게 기관사 수준의 엄격한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해 내쫓는 것은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피해자 A 씨는 2년 동안 도서관에서 고군분투하며 얻은 합격이 공기업의 차별로 인해 물거품이 된 것에 분노를 표했다. 그는 평소 야구 동아리 등에서 투수로 활동하며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음을 강조하며, 이번 소송이 향후 공기업 채용 과정에서 장애인 차별을 방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소송 대리인 측 역시 순환보직이라는 명목하에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인력을 배치하는 관행에 경종을 울리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