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원 매출 시대 개막과 압도적 수익성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며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7월부터 9월까지의 3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27.9% 폭증한 104조 6155억원으로 집계되었으며, 영업이익은 632.1% 급증한 83조 333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였던 약 77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79.7%에 달해, 제품 100원을 판매할 때마다 약 80원의 이익을 남기는 경이로운 수익 구조를 증명했다. 이러한 효율성은 지난 분기 80.7%를 기록한 마이크론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이번 성과는 작년 2분기부터 시작된 6개 분기 연속 신기록 행진의 결과물이다.
메모리 공급 부족과 AI 시장의 진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지속될지에 대한 회의론에 대해 SK하이닉스는 강력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회사는 2029년까지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D램의 물량이 이미 완판된 상태이며, 2030년까지는 수요가 공급을 앞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기술의 진보가 메모리 수요를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어 공급 부족 현상은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뒷받침하듯 장기공급계약(LTA) 체결 업체도 지난 2분기 10개사에서 14개사로 늘어났다. 이들 고객사는 2028년까지 생산 가능한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선점할 계획이다.
AI 투자 속도 조절론에 대해서도 반박이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AI 인프라 투자가 특정 소수 기업의 초기 단계를 지나 국가와 기업 차원의 범용적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특정 주체의 투자 속도가 늦춰지더라도 다른 주체의 수요가 이를 보완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에 들어갈 HBM4에 대해서도, 4분기에는 HBM3E를 제치고 출하량과 매출 비중 모두에서 앞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재 고객사들의 HBM 주문량은 가용 공급량의 2배를 상회하는 상황이다.
100조원 규모의 파격적 주주 환원책
SK하이닉스는 변화된 사업 환경을 바탕으로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대규모 보상안을 발표했다. 2026 회계연도까지 약 100조원 규모의 주주 환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 8월 공표한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에 더해 60조원 이상을 추가로 배정하는 파격적인 조치다. 우선 3분기에는 배당 14조원과 자사주 매입 10조원을 포함해 총 24조원 규모의 환원을 진행한다. 3분기 주당 배당금은 2만원으로 결정되었는데, 이는 실적 개선에 따른 1만원과 일본 키옥시아 지분 매각 이익을 반영한 특별배당 1만원이 합쳐진 결과다. 별도로 임직원 보상을 위한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병행하지만, 이는 주주 환원 총액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6분기 연속 최대 실적 자체보다도, 이러한 성과를 가능케 하는 근본적인 사업 환경의 변화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4분기에는 주주 환원 규모가 35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상장 검토를 멈춘 솔리다임에 대해서는 기업 가치와 주주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투자와 재원 조달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소식에 삼성전자의 주가가 9.01% 상승하고 키옥시아와 마이크론 주가도 동반 강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투자 심리가 크게 회복되었다. 가천대 김용석 교수는 SK하이닉스가 구체적인 수치로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했다고 평가하며, 향후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가 AI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걷어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