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지역사의 조각, 성공회 유물에서 찾는다

충북 음성군이 지역의 근현대사를 재구성하기 위해 관내 성공회교회가 보유한 유물과 기록물 전수조사에 돌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약 1세기 동안 축적된 성공회교회의 유산들을 바탕으로 지역사의 공백을 메우는 데 목적이 있다.

음성군은 충북대학교박물관과 협력하여 오는 11월 28일까지 음성·봉전·대소·금왕교회 등 총 4곳의 성공회교회를 대상으로 ‘일반동산문화유산 전수조사’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충북도 등록문화유산인 대한성공회 음성성당의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고 보수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동산문화유산에 대한 정밀한 기초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되어 시작되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생생한 삶의 증거들

조사 범위에는 예배용 전례 용품과 가구는 물론, 교회의 운영 흔적이 담긴 회계 장부와 지출 결의서, 각종 운영 기록 및 과거의 사진들이 포함된다. 음성군은 이러한 사료들이 지역 사회의 과거 생활상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현장 조사 과정에서 가치 있는 자료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910년에 세워진 음성교회에서는 1917년 발행된 ‘사대성적(四大聖蹟)’과 같은 고서적을 비롯해 김희준 신부의 기도상, 신명학원 및 지역민들의 활동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발견되었다. 갑산교회의 전통을 잇는 봉전교회에서는 기증자의 성명이 기록된 책상과 의자, 상량문이 확인되었으며, 대소교회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결혼 미사에 쓰였던 병풍이 발견되어 눈길을 끌었다.

체계적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보존 대책

조사단은 단순히 유물을 목록화하는 수준을 넘어, 문헌 조사와 구술 채록을 병행하며 유물의 제작 시기와 입수 경로를 정밀하게 검증하는 작업을 수행 중이다. 이를 통해 수집된 유물과 기록물, 사진 자료들은 유형별로 분류되어 체계적인 기초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될 예정이다.

자료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긴급 조치도 병행된다. 관리가 시급하거나 파손 위험이 높은 자료에는 습도 조절 장치를 가동하고 중성지 전용 보관함을 사용하는 등 응급 보존 처리를 실시한다. 음성군은 이번에 확보된 데이터와 유물들을 향후 ‘음성박물관’의 전시 기획을 위한 핵심 기초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음성군 관계자는 이번 조사가 교회에 잠들어 있던 기록을 통해 음성의 근현대사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지역 공동체의 기억을 후대에 전달하는 유의미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와 기록, 보존과 활용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 지역의 숨겨진 문화유산을 미래의 소중한 자산으로 승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