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으로 직접 조작하는 맥북 프로의 탄생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를 실행한 뒤, 화면 위로 손가락을 움직여 새로운 클립을 원하는 지점으로 이동시켰다. 두 손가락을 벌려 편집 영역을 확대하거나, 반대로 오므려 축소하는 동작이 가능했다. 마치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 PC를 다루듯 맥북의 화면을 직접 터치하며 영상을 편집할 수 있는 환경이 구현된 것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변화는 28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애플의 신제품 발표 행사인 ‘프로 앤 텔(Pro and Tell)’에서 확인되었다. 애플은 이날 자사 노트북 역사상 최초로 터치스크린 기술을 도입한 14인치 및 16인치 신형 맥북 프로 모델을 세상에 선보였다.
창작자를 위한 도구로 진화한 인터페이스
이번 터치 기능 탑재는 영상 전문가, 디자이너, 음악가 등 전문적인 창작 활동을 하는 사용자들의 작업 효율성을 대폭 끌어올릴 전망이다. 디자이너는 화면을 마치 캔버스처럼 활용해 직접 드로잉을 할 수 있으며, 음악가들은 화면에 구현된 가상 악기를 손가락으로 직접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기존의 키보드와 트랙패드 조작 방식도 그대로 유지되어, 사용자는 작업 성격에 맞춰 최적의 조작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상단에는 기존 아이폰 시리즈에서 선보였던 ‘다이내믹 아일랜드(Dynamic Island)’가 새롭게 적용되었다. 해당 영역을 터치하면 인공지능(AI) 비서인 ‘시리 AI’를 즉각 호출할 수 있다. 시리 AI는 사용자의 작업 맥락과 화면 내 정보를 정밀하게 파악하여, 이메일이나 문서 속 핵심 데이터를 찾아내거나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넘나드는 복합적인 업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다.
터치스크린 거부하던 애플의 정책 변화 배경
그동안 애플은 노트북 제품군에 터치스크린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철학을 유지해 왔다. 2010년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수직형 화면을 지속적으로 터치하는 방식이 사용자의 팔에 피로를 유발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2012년에는 팀 쿡 당시 CEO가 PC와 태블릿의 결합을 두고 ‘토스터와 냉장고를 하나로 합치는 격’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은 변화했다.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팀 쿡 전 CEO는 약 4년 전 터치스크린이 소비자들의 가장 강력한 요구 사항 중 하나라는 점을 인지하고 관련 제품 개발을 허가했다. 이어 존 터너스 현 CEO 또한 애플이 터치스크린 기술력 측면에서 경쟁사들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점을 직시했으며, 이제 터치 기능은 노트북 사용자들의 기본 사양이라는 판단하에 이번 신제품을 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