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대규모 M&A 추진

맞춤형 AI 칩 설계와 네트워킹 반도체를 전문으로 하는 마벨 테크놀로지가 데이터센터용 광학 장비 제조사인 루멘텀 홀딩스 인수를 위해 협상 단계에 진입했다. 이번 합병이 최종 확정될 경우, 미국 기술 및 통신 산업 역사상 역대 10위권에 드는 대형 거래로 기록될 전망이다. 마벨은 이번 인수를 통해 단순한 AI 데이터 전송용 반도체 팹리스 기업을 넘어, 광학 연결 시스템의 핵심 제조 역량까지 통합적으로 보유한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디인포메이션과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마벨과 루멘텀 양측은 현재 합병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 주 중 공식적인 거래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엔비디아가 지원하고 있는 루멘텀의 시가총액은 약 830억 달러(한화 약 111조 원) 규모이며, 마벨의 시가총액은 약 2,210억 달러(약 296조 원) 수준이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29일 미국 증시 프리마켓에서 마벨의 주가는 약 11% 하락한 반면, 루멘텀의 주가는 5% 상승하며 약 958달러 선에서 거래되었다. 루멘텀은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148% 급등했다.

광케이블 전환 가속화와 공급 부족 사태

루멘텀은 대량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주고받는 데 필수적인 레이저 및 광학 기술을 전문적으로 개발한다. AI 산업이 팽창함에 따라 AI 칩과 서버, 그리고 시설물 간의 신속한 데이터 전송이 요구되면서, 기존 구리선 방식보다는 광케이블을 활용한 전송 방식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클러스터 규모가 확대될수록 광학 기술의 중요성은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데이터센터용 광학 부품에 대한 수요는 이미 공급 능력을 상회하는 상태다.

마이클 헐스턴 루멘텀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광학 부품의 재고가 2029년 초까지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특히 내년에는 일부 제품의 경우 전체 수요의 70%조차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루멘텀은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일본에 3억 5천만 달러를 투입해 인듐인화물(InP)을 비롯한 주요 광학 부품의 생산 라인을 확충할 계획이다. 헐스턴 CEO는 AI 데이터센터 구축 속도가 완만해지더라도, 기존 서버 클러스터의 구리 케이블을 광케이블로 교체하려는 통신 사업자들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로드컴과의 경쟁 구도 및 공급망 통합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루멘텀은 코히런트와 같은 경쟁사들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탈환하고 용량 확장을 위한 투자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반도체 제조사인 마벨은 루멘텀으로부터 레이저 부품을 공급받고 있는 고객사다. 따라서 이번 결합이 이루어지면 마벨은 AI 인프라 구축의 병목 구간인 레이저 공급망을 직접 확보하게 되며, AI 칩부터 서버, 랙, 시설물 전체를 연결하는 포괄적인 기술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된다. 이는 강력한 경쟁자인 브로드컴과 맞설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마벨은 앞서 올해 초 프로세서 간 데이터 전송용 광자 기술을 연구하는 셀레스티얼 AI를 인수하며 기술력을 쌓아왔다. 또한 아마존닷컴의 클라우드 부문 및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맞춤형 AI 칩을 개발 중이며, 지난 8월에는 구글의 텐서 처리 장치(TPU)를 지원하는 칩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한편, 엔비디아는 올해 초 루멘텀의 지분 20억 달러를 인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해당 계약에는 구리 배선 대신 빛을 활용해 데이터 전송 효율을 높이는 포토닉스 기술 분야의 협력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