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보험이 된 후원금, AI 업계는 공화당으로

현지 시각으로 내달 3일 실시되는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산업군에 따라 정당을 향한 정치후원금의 흐름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합법적 로비가 허용되는 미국의 정치 환경에서 기업의 후원금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자사에 유리한 입법과 정책을 이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투자이자 보험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미래 산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분야 기업들은 공화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글로벌 자문사 'D&A 어드바이저리'와 협력하여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연방선거위원회(FEC)에 등록된 63개 후원금 모금 단체를 전수조사한 결과, 스페이스X와 팔란티어, 앤트로픽, 오픈AI를 포함한 상위 10개 AI 기업의 총 후원금은 3억 3893만 달러(약 4548억 원)로 집계됐다. 이 중 무려 99.4%에 달하는 3억 3685만 달러가 공화당 측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주도한 공화당 베팅

이러한 AI 업계의 공화당 편향 현상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영향력이 결정적이었다. 스페이스X는 AI 업계 전체 후원금 규모인 3억 3576만 달러를 단독으로 부담했으며, 이 금액은 전액 공화당에 기부됐다. 반면 나머지 기업들의 후원금 합계인 233만 달러를 살펴보면 공화당에 111만 달러(46%), 민주당에 57만 달러(24%)가 배분된 양상을 보였다.

이 같은 배경에는 업계의 'AI 속도조절론'을 배제하고 무한 경쟁을 강조하는 정책을 펼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흐름과 달리, 속도조절을 강조해 온 앤트로픽조차도 총 78만 달러의 후원금 중 49만 달러를 공화당에 전달하며 이러한 흐름에 동참했다.

빅테크의 민주당 지지와 한국계 기업의 중립 행보

반면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 정책이나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의 정책적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기존 빅테크 기업들은 민주당을 선택했다.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애플, 테슬라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AG7)' 기업들이 지출한 116만 달러의 후원금 중 59.4%인 69만 달러가 민주당으로 향했다. 공화당에 전달된 금액은 45만 5000달러(37.2%)였다. 다만, 트럼프의 AI 기조와 궤를 같이해 온 젠슨 황 CEO의 엔비디아는 37만 5000달러 중 35만 5000달러를 공화당에 지원하며 예외적인 모습을 보였다.

S&P500 지수 상위 100개사 중 AI 및 빅테크 9곳을 제외한 나머지 91개 대기업은 총 4856만 달러의 후원금 중 86.7%를 공화당에 기부하며 트럼프 측에 힘을 실었다. 한편, 미국 내 자회사를 운영 중인 27개의 한국계 기업은 지난 1년여간 총 141만 달러를 지출했다. 이들은 민주당에 51만 달러, 공화당에 41만 달러를 각각 배분하고 나머지 50만 달러는 특정 정당에 귀속되지 않는 일반 정치후원금으로 사용하여 기계적 균형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