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상담사 위장 취업 사건이 촉발한 보안 실태 점검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외주 운영센터에 상담사로 위장 취업해 고객 정보를 빼돌린 일당의 범행이 드러나며 개인정보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사적 보복을 목적으로 고객의 주소와 성명 등을 무단 조회해 피해자 집 현관에 오물을 투척하거나 욕설을 적는 등의 범죄를 저지른 30대 남성 정 모 씨는 지난 3일 서울 양천경찰서를 통해 검찰로 구속 송치되었다. 이러한 사건을 계기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대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고객센터 사전 실태 점검에 나섰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29일 브로드밴드와 메타엠, 유베이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휴넥트를 대상으로 실태 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점검 대상은 배달이나 설치 서비스 등을 위해 고객의 상세 주소를 필수적으로 다루는 대형 사업자들로 선정되었다. 점검 결과, 일부 고객센터에서는 상담사가 성명이나 전화번호 등 단일 정보만 입력해도 동명이인이나 동일 번호 사용자의 상세 정보가 한꺼번에 노출되는 구조적 결함이 발견되었다. 또한 상담 화면에서 이름, 전화번호, 주소가 마스킹 처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 표시되는 사례도 확인되었다. 위원회는 업무상 필요한 기본 정보 확인과 무관한 임의 검색은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요 사업자 보안 수준 확인 및 시정 권고

점검 대상인 5개 주요 서비스 사업자 중 3곳은 기본적인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양호하게 갖추고 있었으나, 1~2곳에서는 미흡한 점이 포착되었다. 상담사가 처음 접하는 화면은 대체로 정보가 가려져 있었지만, 특정 화면에서는 전체 정보가 노출되는 문제가 있었다. 다만 개인정보위는 특정 업체의 과실을 부각하기보다 전체적인 보호 수칙 준수를 독려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개별 업체명과 구체적인 개선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해숙 개인정보위 사전실태점검과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상위 업체들의 보안 수준은 대체로 높았으나 일부 부족한 점에 대해 시정 권고를 내린 것이며, 특정 업체를 비난하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예방 중심의 점검과 향후 개선 방향

이번 점검에서는 외부 접속 시 안전한 인증 수단 미비, 접속 기록의 필수 항목 누락, 법정 보관 기간인 2년을 채우지 못한 1년 보관 사례, 그리고 위탁 업무 및 수탁자 미공개 등의 문제도 드러났다. 위원회는 상당수 미흡 사항을 즉시 개선하도록 했으며, 미완료 사항에는 시정 권고를 내렸다. 향후 권고안에는 상담 단계별 필요 정보만 노출하고, 상세 정보 확인 시 사유 기록 및 추가 인증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또한 이름·번호 기반의 임의 검색 기능을 제한하고 대량 조회를 상시 탐지하며, 상담사별 조회 기록을 확인하는 체계를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위원회는 오는 12월 초 관련 업체 대상 설명회를 검토 중이며, 공공 분야에 대해서도 11월 말까지 조사를 마칠 계획이다. 이번 점검은 처벌을 위한 일반 조사와 달리 예방을 목적으로 하기에 시정 권고가 향후 사고 발생 시 처분과 직접 연계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