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은 뒷전, 사법부와 특검에만 몰두하는 민주당

국정감사가 이번 주를 기점으로 막을 내리면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민생 법안 처리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된다. 그러나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시선은 민생이 아닌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문제와 대통령 관련 사건의 조작 기소 여부를 가리는 특검법에 고정되어 있다. 치솟는 물가와 집값, 불안정한 증시 상황 속에서도 민주당이 민생 현안 대신 정치적 공방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지난 26일 당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정감사 종료 후 민주당이 집중할 핵심 정치 이슈로 조 대법원장 국정조사와 조작기소 특검법 두 가지를 명시했다. 이 과정에서 민생 관련 현안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특히 조 대법원장 탄해를 요구하는 강경파의 압박 속에 여당 지도부는 국정조사를 통해 그를 불러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및 대북송금 사건 등을 겨냥한 조작기소 특검법도 재추진 중인데, 지난 6월 공소취소 권한을 포함했다가 역풍을 맞은 뒤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다시 추진하는 모양새다.

계파 갈등과 지지율 하락의 악순환

당 내부의 분열도 심각하다. 전당대회 이후에도 이른바 '명·청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김민석 대표가 친청계를 겨냥해 제기한 '신천지 전당대회 개입설'이 도화선이 됐다. 김 대표가 조직적 입당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하자, 친청계는 증거를 제시하라며 맞서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이러한 내분이 당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안팎의 정쟁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40~50%를 상회하던 지지율은 지난 6월과 8월을 거치며 30%대로 추락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36.0%를 기록해 국민의힘(42.6%)에 6.6%포인트 뒤처지며 약 4개월 만에 역전을 허용했다.

경제 위기 속 갈피 못 잡는 정책 행보

경제 지표는 위기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9% 상승했고, 서울 아파트값은 89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코스피 역시 26일 1.46% 하락한 5469.47로 마감하며 약 7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오세훈 서울시장 판결에 대한 반발이나 조 대법원장 탄핵 촉구 등 정치적 발언에 집중하고 있다. 최민희 최고위원은 'AI 판사' 도입이라는 파격적인 주장까지 펼쳤으며, 이성윤 최고위원과 김기표 의원 역시 법원 판결을 비판하며 조 대법원장 탄핵을 주장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하급심 개입 불가 원칙을 강조하며 항변했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국가 핵심 산업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한 정책 결정도 불투명하다. 재계가 연구 인력의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을 강력히 요청하고 정부도 이에 동감했으나, 민주당은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 두 가지 상반된 법안을 동시에 내놓으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한병도 원원내대표는 최종안 마련 시점을 확답하지 못했다. 김민석 대표는 민생 정당을 약속했으나, 현장에서는 '탄핵'만 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묵 교수는 민주당이 집권 후에도 야당 시절의 대결 구도에 머물러 있다면 국정 운영 방식으로서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