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기술 환경, 확답하기 어려운 개발자 진로

인공지능(AI) 기술이 개발 공정 전반에 침투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조언이 제시되었다. 네이버의 기술 조직을 이끄는 정상혁 리더는 지난 27일, 'AI 시대의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 개발자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현재의 변화된 상황을 전했다. 이는 2018년 작성했던 '백엔드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 개발자에게'의 후속작으로, 정 리더는 기존 글이 현재의 기술 환경을 반영하지 못해 학생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고자 지난해 말부터 받은 질문들을 토대로 이번 글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8년 전만 해도 정 리더는 도구의 발전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보다 시스템의 복잡도와 유지보수 수요가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 보았다. 즉, 개발이 쉬워질수록 수행해야 할 과업이 늘어나 개발 인력에 대한 수요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AI는 단순한 코드 작성을 넘어 설계와 검증 등 개발의 전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정 리더는 이러한 생산성 변화의 속도가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수준에 도달했기에, 과거의 데이터만으로 미래의 일자리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성의 기준, '깊이'에서 시작해 '넓이'로 확장하라

학습 방향을 두고 넓은 지식과 깊은 전문성 중 무엇을 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 리더는 우선 '한 분야의 깊이'를 강조했다. 최소한 자신이 다루는 영역에서는 AI가 도출한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정도의 심도 있는 지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다만 이것이 넓이와 깊이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이분법적 문제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판단에 필요한 타 분야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서로 다른 기술적 기준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능력은 양쪽 모두를 깊이 있게 아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진로 설정에 있어서도 특정 기술이나 업무 영역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 것을 권고했다. AI 덕분에 생소한 기술을 습득하는 비용이 낮아지면서, 단순히 특정 기술을 다룰 줄 안다는 사실만으로는 차별화된 전문성을 증명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정 리더는 오히려 개발자가 활동 영역을 넓혀 공동의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번 글의 제목에서 과거 글에 포함되었던 '백엔드'라는 용어를 삭제한 이유 역시, 학생들이 진로를 특정 영역으로 한정 짓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취업 시장의 핵심, 기술 목록보다 '문제 해결 과정'

취업 준비 전략에 대해서는 사용 가능한 기술의 단순 나열보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대한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프로젝트 수행 중 AI를 활용했다는 점을 숨길 필요는 없으며, 이제 AI 활용 능력은 개발자의 필수적인 기본 소양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았다. 다만 핵심은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본인이 온전히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 리더는 AI에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그리고 AI의 결과물 중 어떤 부분을 의심하여 어떻게 검증하고 수정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필요한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AI가 생성한 프로그램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이는 AI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며 역량의 차이를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