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주도하는 해킹의 대량 생산 시대
인공지능(AI) 기술이 해커의 수족이 되어 다수의 기업과 공공기관을 동시에 타격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AI를 동원해 대규모 해킹을 저지른 일당이 처음으로 수사기관에 붙잡히면서, 공격 방식이 자동화된 '대량 생산' 단계에 진입했다는 경고음이 커지는 중이다. 공격자가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과정을 AI에 위임함에 따라, 기업들의 방어 체계 역시 그 속도에 맞춰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3개월간 820만 건 정보 탈취한 일당 검거
서울경찰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이번 달까지 약 13개월 동안 국내 90여 곳의 업체로부터 개인정보와 기업 내부 자료를 포함해 총 820만 건에 달하는 정보를 빼돌린 7명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한 피해를 입혔으며, 특히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공격의 밀도를 극도로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44일간 60곳 공격, AI가 불러온 압도적 속도
범행을 주도한 총책 A(32)씨는 초기에는 취약점을 찾는 자동화 도구를 사용했으나, 지난 8월 31일부터는 본격적으로 AI 해킹 도구를 도입했다. 그 결과 이달 13일까지 단 44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약 60곳의 기관을 침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전체 13개월간 발생한 피해 규모 중 약 3분의 2가 AI를 사용한 마지막 44일에 집중되었음을 의미하며, AI가 공격의 효율성을 얼마나 극적으로 높였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안 전문가 경력 가진 총책의 지능적 수법
경찰 관계자는 총책이 공격 대상을 지정하고 지시를 내리면, AI 도구가 여러 지점을 동시에 공략하는 체계적인 방식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추가적인 피해 사례도 조사 중이다. IT 비전공자인 A씨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보안업체에서 모의해킹 실무를 담당했던 이력이 있다. 경찰은 웹 해킹 분야에서 상당한 지식을 보유한 '준전문가' 수준의 인물로 A씨를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