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재 뒤에 숨은 완제품 부문의 수익성 위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유례없는 활황으로 삼성전자가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과 TV 등을 생산하는 DX(완제품) 부문은 원가 상승이라는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오를수록 수익성이 악화되는 이른바 '메모리 호황의 역설'이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가전과 폴더블 스마트폰을 핵심 카드로 내세워 흑자 전환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DX 부문은 52조 1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80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 규모는 직전 분기인 48조 원 대비 약 8%가량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상태는 해소되지 못하고 지속되는 양상이다.

모바일과 가전 부문의 동반 수익성 악화

사업부별로 살펴보면 모바일(MX) 사업부의 타격이 컸다. MX 사업부는 약 6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이는 갤럭시 폴더블 신제품들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전 분기(-7000억 원) 대비 손실 폭을 1000억 원가량 줄이는 데 그친 결과다. 메모리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수익성을 갉아먹은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니엘 아라우조 MX사업부 상무는 메모리 단가 상승의 영향으로 중저가 제품군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 분기보다 줄었다고 밝혔다. 다만 프리미엄 제품군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평균판매가격(ASP)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폴더블 8시리즈가 적절한 시기에 라인업을 확장하며 출시된 덕분에 판매량과 매출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아라우조 상무는 어려운 경영 여건상 4분기에도 이익 감소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상디스플레이(VD) 및 가전(DA) 사업부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전 분기 약 100억 원 수준이었던 적자 규모가 3분기에는 2000억 원까지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TV 사업의 경우 메모리 수급 문제로 어려움이 있었으나,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와 비용 효율화 작업을 통해 손실 폭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AI 투자와 혁신 폼팩터로 정면 돌파

박순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년에도 AI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공급 제약 여파로 반도체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시에 DX 부문은 원가 상승 압박으로 인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를 동시에 전했다.

삼성전자는 고가 라인업을 강화하는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계획이다. 아라우조 상무는 2027년까지 폴더블 제품의 사용자 경험을 더욱 고도화할 것이며, 트라이폴드와 같은 혁신적인 새로운 형태의 폼팩터 연구를 지속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자체 두뇌칩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경쟁력 강화도 추진한다. 신승철 반도체(DS) 부문 부사장은 인공지능(AI) 기능과 게이밍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엑시노스 2700을 차질 없이 개발 및 양산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 부사장은 SoC(시스템온칩)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높여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