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전담 조직의 축소와 폐지 논란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화재 참사의 결과물인 경기도의 이민 행정 전담 기구, 이민사회국이 출범 2년 만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경기도는 최근 추진 중인 조직개편안을 통해 이민사회국을 기존 '국' 단위에서 '과' 단위 부서로 규모를 줄인 뒤, 성평등가족국 산하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9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조직개편안 입법예고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도는 현재 최종 검토 단계에 있다. 이번 조직 개편의 향방을 결정짓는 최종안은 오는 다음 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아리셀 참사가 남긴 유산의 상실 우려

이민사회국은 지난 2024년 6월 발생한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 이후 신설된 조직이다. 당시 화재로 사망한 23명 중 19명이 이주노동자였으며, 이들은 비상구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제대로 된 안전 교육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변을 당했다. 이러한 비극을 계기로 흩어져 있던 이주민 지원 정책을 통합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졌고, 경기도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이민사회국을 창설했다.

설립 이후 이민사회국은 언어 소통과 의료, 주거, 노동, 교육, 인권 보장 등 이주민과 난민, 이주노동자를 위한 각종 기본 조례를 제정하며 이들의 권익을 보호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조직의 위상이 격하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시민사회는 강력한 반발에 나섰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강력한 비판

이날 오전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주민 단체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이주민이 거주하는 경기도가 2년 전 공들여 만든 이민정책 전담 조직을 없애려 한다며 규탄했다. 김용국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협의회장은 이번 개편이 단순한 행정 기구 조정을 넘어 경기도가 이주민을 대하는 태도와 도정 가치의 실천 의지를 보여주는 척도라고 강조하며, 이주민을 행정의 주변부로 밀어내는 행위가 공정인지 물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조합 위원장 역시 아리셀 참사 이후 이민사회국이 이주민과 이주노동자 행정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음을 상기시키며, 경기지사가 이들의 삶과 권리에 대해 무관심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전직 이민사회국장인 김원규 전 간부급 공무원 또한 행정 효율화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전담 조직의 폐지는 이민정책의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이주민의 권리 구제를 어렵게 만드는 중대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능이 분산될 경우 정책의 조정력이 약해져 오히려 이주민에게 더 높은 행정 문턱을 만드는 역설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기도의 향후 대응 방향

현재 경기도 관계자는 조직개편과 관련해 유관 단체들과 면담을 진행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도 측은 시민사회에서 제기된 여러 의견을 바탕으로 최종 검토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