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1000만 가입자 돌풍에도 북미에 갇힌 이유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뮤즈’가 출시 40일 만에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지역은 여전히 미국과 캐나다에 머물러 있다. 지난 21일(현지 시간) 진행된 메타의 3분기 실적 발표 컨퍼콘스 콜에서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이러한 제한의 원인으로 ‘컴퓨팅 자원의 한계’를 직접 언급했다. 한 투자자가 지난 9월 8일 출시된 뮤즈의 사용자 기반 확장을 가로막는 요소가 무엇인지 묻자, 저커버그 CEO는 서비스 구동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자원 때문에 전 세계적인 출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개인용 AI 에이전트를 1년 365일 중단 없이 가동하려면 천문학적인 양의 컴퓨팅 자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GPU와 CPU를 포함한 수많은 AI 전용 칩이 투입되어야 하며, 이는 곧 막대한 비용과 전력 소모로 직결된다. 메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스레드 등 강력한 SNS 플랫폼과 뮤즈를 연계해 수익을 극대화할 계획이지만, 현재 보유한 인프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유료 모델인 오픈AI 경쟁사 닷츠와 달리 뮤즈는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라는 점이 용량 부족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인프라 확보를 위한 빅테크의 사활 건 투자 전쟁

저커버그 CEO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하며, 서비스 지역이 더 넓었다면 훨씬 압도적인 이용자를 확보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 비용 효율성을 10배 이상 끌어올려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며, 뮤즈의 사용자당 연간 수익이 기존 앱들보다 높은 수백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트루이스트증권 역시 뮤즈가 2030년까지 285억 달러의 추가 수익을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메타는 26일 역대 최대 규모인 950억 달러 규모의 주식 발행을 통해 AI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자금 조달에 나섰다.

이러한 컴퓨팅 자원 부족은 업계 전체의 공통된 과제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4대 하이퍼스케일러는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향후 수년간 약 2조 4000억 달러를 투자할 전망이다. 아마존의 앤디 제시 CEO는 AWS의 컴퓨팅 용량 임대 계약이 이미 2028년치까지 거의 완료되었다고 밝혔다. MS의 경우 데이터센터 용량을 현재 12GW에서 2032년까지 38GW 이상으로 3배 넘게 확장할 계획인데, 이는 뉴욕주 전체의 최대 전력 사용량보다 많은 규모다. 과거 과잉 공급을 우려해 건설을 멈췄던 MS는 현재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엑스박스 구독자의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등 고육책을 쓰고 있다.

갈등과 협력을 넘나드는 AI 자원 확보전

스타트업 업계도 자원 부족의 압박을 피하지 못했다. 앤트로픽은 최근 클로드 모델의 접속 오류가 자원 부족에서 기인했으며, 오픈AI 역시 코딩 도구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비디오 생성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앤트로픽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수년간 최대 450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용량 임대 계약을 체결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과거 머스크가 앤트로픽 경영진을 강하게 비판하며 갈등을 빚기도 했으나, 사업적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양측은 손을 잡았다.

반면 한정된 자원은 기업 내부의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세르게이 브린 공동 창업자가 개입하게 된 배경에는 컴퓨팅 자원 배분을 둘러싼 기싸움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허사비스가 장기 연구에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품었고, 이 과정에서 브린의 개입이 갈등의 촉매제가 되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