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차별 아니다”... 소비자단체 반박

미국의 저명한 소비자 보호 단체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조사 및 제재 조치를 두고 제기된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해당 단체는 한국의 규제 당국이 미국계 기업뿐만 아니라 자국 기업에도 동일한 잣대로 법을 적용해 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쿠팡 측이 미국 정치권을 향해 막대한 로비 자금을 투입하며 한국 정부의 정당한 법 집행을 방해하려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1971년 소비자 운동가 랠프 네이더가 설립한 미국의 공익 감시 기구 퍼블릭 시티즌은 29일(현지 시각)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맞서 미국 무역정책을 무기화하려는 쿠팡의 부적절한 압박 캠페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국내외 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법률을 집행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형평성 강조... “빅테크 과징금은 규모 차이 때문”

퍼블릭 시티즌은 공정위가 구글, 애플, 메타와 같은 미국 거대 IT 기업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 한국 기업들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법을 집행해 왔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한국은 지난 2019년 공정위 내에 디지털 전담 조사 조직을 구축했으며, 2020년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독립적인 규제 기관으로 격상시키는 등 디지털 규제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보고서는 쿠팡에 내려진 제재 사례들을 근거로, 이를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행해진 차별적 조치로 볼 수 없다고 명시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다른 기업보다 높은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받는 현상은, 이들이 보유한 이용자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고 법 위반 시 발생하는 사회적 피해 규모 또한 막대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조사 및 제재 과정에서 쿠팡에 충분한 증거 제출과 소명 기회를 부여했으며, 일부 사안은 동의의결이나 시정조치를 통해 종결되었다는 점을 들어 한국 당국의 집행이 정치적 의도가 아닌 법규 준수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32억 규모 로비 자금 투입... “정치권 압박 시도”

반면 퍼블릭 시티즌은 쿠팡이 한국 정부의 조사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몰아세우며, 미국 정부와 의회를 동원해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2025년 이후 미국 내 로비 활동을 위해 약 227만 달러(한화 약 32억 원)를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쿠팡은 트럼프 행정부와 연계된 발라드 파트너스 및 밀러 스트래티지스 등의 로비 업체를 고용했으며, 투입된 로비스트 32명 중 56%가 정부와 의회, 민간 부문을 오가는 ‘회전문 인사’ 출신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쿠팡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위원회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고, 지난해에는 약 20만 달러의 선거 후원금을 전달했다.

이러한 로비 활동은 실제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지난 4월에는 50여 명의 미국 의원이 한국 정부에 쿠팡 관련 서한을 발송했으며, 7월에는 미 하원 법사위원회가 한국의 미국 기업 차별 문제를 다룬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 6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역시 의회 발언을 통해 한국의 미국 기업 대우가 무역협정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퍼블릭 시티즌은 미국 정책 당국자들이 타국의 개인정보 보호나 경쟁 관련 법률을 공격하기보다는, 자국 내 빅테크 기업에 책임을 묻기 위한 규제 마련과 집행에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