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주도 개발협력의 구조적 한계 직시
국제인도주의 기구인 컨선월드와이드는 지난 10월 27일 서울 명동 소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2026 세계기아리포트’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30일 발표했다. 이번 행사는 국내에서 세계기아리포트가 개최된 지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현지 주도형 개발협력을 저해하는 권한 부족, 신뢰 결여, 재원 확보 문제 등을 심도 있게 다루었다. 참석자들은 기존의 의사결정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켜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끌어낼 것인지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를 펼쳤다.
올해 리포트의 핵심 주제는 ‘현지 주도 개발협력: 담론을 넘어 실천으로’였다. 행사 현장에는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학계, 시민사회, 국제개발협력 분야 전문가 등 약 100여 명이 모여 현장의 목소리를 공유했다. 특히 국제 비정부기구(NGO)와 공여기관, 그리고 현지 파트너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과 구체적인 실천 과제들을 검토하며 글로벌 연구 결과와 현장 사례를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다.
10년의 기록을 넘어 실천적 해법을 향해
컨선월드와이드는 지난 2017년부터 한국에서 세계기아리포트를 개최하며 전 세계 기아 현황과 그 근본 원인을 국내 사회에 알리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이영신 컨선월드와이드 한국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현지 주도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되었으나, 실제 사업 현장에서 이를 구현하는 데에는 여전히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10년이 기아와 극빈의 실태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향후 10년은 구체적인 해법을 도출하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모 컨선월드와이드 한국 대표 또한 기념사를 통해 단순한 '현지화'를 넘어 '현지 주도'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동등한 파트너십 구축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이 대표는 현지의 참여도가 높아지는 만큼 그들에 부여되는 결정 권한도 비례해서 확대되어야 한다고 언급하며, 현장의 경험과 학술적 연구를 결합해 실천적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세계기아리포트의 지속적인 사명임을 밝혔다.
글로벌 연구 데이터와 현장의 목소리
특별 발표 세션에서는 매니쉬 쿠마르 아그라왈 컨선월드와이드 방글라데시 사무소장이 ‘비욘드 배리어스(Beyond Barriers)’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60개국 811명의 응답 데이터와 5개 지역의 사례를 분석한 이 연구는 현지 주도 개발협력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애물을 규명했다. 아그라왈 사무소장은 현지에 이미 충분한 역량이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한과 신뢰, 자금의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성과 측정 시 투입된 자금 규모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확보한 리더십과 주인의식, 권한의 정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지는 발표에서는 ATM 자키르 호세인 자그라타 주바 샹하(JJS) 대표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진행한 기후회복력 강화 사업의 경험을 발표했으며, 조현주 지구촌나눔운동 사무총장은 몽골에서의 파트너십 사례를 통해 현행 방식의 한계를 설명했다. 곽재성 경희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은 패널 토론에서는 한재광 발전대안 피다 대표 등이 참여해 의사결정권의 분산, 재원 운용의 유연성, 위험 분담 방식, 국제 NGO의 역할 변화 등을 주제로 열띤 논의를 벌였다. 컨선월드와이드는 앞으로도 현지 주체의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보장하는 개발협력 모델을 모색할 방침이다.